국립생태원 조성위해 81톤 반출...서귀포시 "정부 요청이라서"
"왜 엉뚱한 곳의 보존자원 사용?" 김태석 의원 "규정 빨리 고쳐야"

환경부가 337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충청남도 서천군에 건설 중인 국립 생태원. 환경부는 이곳 전시관에 사용하겠다며 제주 자연상 송이 81톤을 반출해갔다. / <사진출처 = 서천군> 
환경부가 국립 생태원 조성을 이유로, 제주에서 81톤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송이를 반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물량 자체도 놀랍거니와, 다른지방에 생태원을 조성하는데 왜 엉뚱한(?) 곳의 보존자원을 갖다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8일 제주도와 도의회에 등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지난 10월 환경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송이 반출을 허용했다.  이어 환경부는 관련 업체를 통해 이달 초 81톤의 송이를 화물선에 실어 육지로 반출했다.

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된 여러 물질 중 다공질의 화산암, 화산모래, 기타 화산재 등이 혼합돼 생성된 약 알카리성의 화산성토다.

1990년대말 보존자원으로 분류되기 전까지는 밀반출이 성행했다. 송이의 중요성을 먼저 알아차린 다른지방 조경업자 등이 도외로 빼돌린 것이다.

송이를 사용하면 피부 노폐물이나 피지와 같은 유해 물질을 쉽게 흡수할 수 있어, 최근에는 의약용과 미용제품 등에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2006년 7월26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연환경관리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해 송이와 자연석의 밀반출을 제한하고 있다.

올해 9월 대법원이 ‘제주산 송이 도외 반출 금지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도내 보존자원 관리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

환경부가 지난 10월10일 서귀포시에 발송한 자연산 송이 81톤 반출 허가 요청 공문.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국립 생태원 조성에 사용하겠다며 역대 최대 물량인 81톤의 제주산 자연 송이를 육지로 반출한 것이다.

더욱이 반출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귀포시는 중앙정부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신청접수 이틀만에 반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국립 생태원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비 3370억원을 투입해 충남 서천군 99만8500㎡에 대규모 생태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생태연구센터를 비롯해 멸종위기 동식물 연구센터와 습지, 생태 체험시설, 총 36만 그루 505종의 나무가 들어선다.

환경부가 이곳에 느닷없이 제주산 송이 81톤을 사용키로 했다. 지난 7월 충주대가 연구용으로 반출한 3kg보다 무려 2700배나 많은 양이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환경부는 생태체험관 중 사막관과 열대관 시설에 각각 76.06톤, 4.78톤의 제주송이를 사용할 계획이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자연환경관리조례에는 ‘향토문화 교류, 실험용, 연구용, 그 밖의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 보존자원 반출을 허가하고 있다.

또 같은 조례 시행규칙에는 ‘화산분출물이 80퍼센트 이상인 제품인 경우’와 ‘부득이 반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반출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지난 2007년 확정된 장항국가산업단지가 전면 백지화 되자, 충남 지역 민심을 고려해 정부대안사업으로 국립생태원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출처 = 서천군>
반출을 허가한 서귀포시는 이 조항을 들어, 환경부의 반출 허가를 승인했다는 설명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국립생태원 조성을 목적으로 송이를 사용하겠다는 협조문서를 보내왔다”며 “이후 관련 규정을 검토해서 (승인)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관련 시행규칙에는 물량 제한이 없다”며 “시에서는 국립생태원 조성에 꼭 필요한 양을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송이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서는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른다. 우리가 물어볼 것도 아니”라며 “차라리 조례 개정으로 제한을 두면, 행정에서도 업무처리가 수월해 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런식으로 송이를 반출한다면 자원보존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제주에서 사용되는 것도 제한이 있는데 외부 반출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성이 목적이라면 육지가 아닌 도민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며 “당국이 이런 식으로 시행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미래자원인 보존자원을 지키기 위해 관련 조례규칙 개정이 필요하다”며 “보다 세밀한 규칙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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