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철 단장, 프랑스 초형이상학회 최고상 ‘그랑 지두이’ 수상
"돌의 영혼을 찍는 사진가" 돌문화공원 초석 다진 공로 등 인정

▲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입구쪽에 전시된 오백장군 상징석. ⓒ제주의소리

화산활동이 빚어낸 제주 돌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에 반해 평생을 제주 돌에 바친 집념의 소유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프랑스 초형이상학회는 학회 최고의 상 ‘그랑 지두이’ 수상자로 백운철(67)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 단장을 선정했다.

▲ 프랑스 초형이상학회 최고 상 '그랑 지두이'를 수상한 백운철 단장. ⓒ제주의소리
이 상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받을만큼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 미술의 ‘대모’로 평가받는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1911~2010), 국제연합 빌딩을 설계한 브라질 건축가 오스키르 니에메예르(1907~) 등도 받은 바 있다.

전 세계 166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초형이상학회는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를 연구하고 상상력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이번 수상은 화산석에 신화와 문화를 입혀온 백 단장의 작업에 수년 전부터 쏟아진 프랑스 문화계의 관심이 하나의 결실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도내에선 백 단장이 제주돌문화공원을 만드는 이로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에선 ‘돌의 영혼을 찍는 사진가’로 더 유명하다.

1980년대 백 단장이 찍은 사진 200여점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오백장군의 얼굴 형상을 한 돌을 찍은 ‘영실’, ‘영실2’, 목석원 한 곳에서만 8년 동안 작업한 ‘목석원에서 만난 사람들’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지난 2009년까지 39년 동안 백 단장이 운영한 탐라목석원은 프랑스 문화재관리국이 선정한 ‘세계적인 현대정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 평생 모아온 조록형상목과 제주 돌 등 1만4000여점을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 기증해 세계적 돌 공원의 초석을 다졌다.

▲ 프랑스 초형이상학회 페르난도 아라발 회장이 11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에게 학회 최고상인 '그랑 지두이'상을 시상 했다.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프랑스 초형이상학회장은 지난 11일 연극 ‘게르니카’의 공연을 위해 찾은 서울의 한 극장에서 백 단장에게 상을 전달했다. 그는 부조리극 작가로 국내 연극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백 단장을 학회에 추천한 티에리 풀크(Thieri Foulc) 씨는 “나의 초형이상학적인 눈은 항상 백운철의 돌 정원을 향하고 있다”면서 “그의 인간형상의 돌은 무척이나 침묵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명성이 제주에까지 알려졌는지는 모르나 그랑 지두이 상의 상징적 주창자의 자격으로 그 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했다.

백 단장은 “처음에는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생각했다"며 "학자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돌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돌문화공원 때문에 가정과 사진, 서예, 토우작업도 모두 버렸다”며 “이제는 돌문화공원 완성을 '0순위'로 생각하고 마지막 생사를 걸고 있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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