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목사·현감의 간찰 10점도 함께 구입

▲ 병자일록.
1636년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며 벌어진 병자호란을 기록한 ‘병자일록(丙子日錄)’이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홍성보)은 16일 고고민속자료 수집의 일환으로 ‘병자일록’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물은 병자호란이 일어난 1636년 12월 11일부터 1637년 2월 28일까지 보고 들은 것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총 1책 86쪽이다. 쪽마다 12행, 행마다 20자로 필사돼 있다.

병자호란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상세히 묘사돼 있어 조선왕조실록의 부족한 기록을 보완해 주고 있다.

책에서는 △주화파의 우세와 명분 △무사들의 시위 △침입군의 약탈 △민가의 피해 △ 인조가 천태종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사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병자일록’은 서로 다른 총 4종류의 책으로 전해온다. 이번에 수집한 이익태의 집안에서 소장하고 있던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 종류로 알려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책의 저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남급이라는 자가 엮은 원본이거나 제주목사를 지낸 이익태의 아버지 이돈형이 필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수집된 ‘병자일록’은 국가지정문화재 신청이 추진될 예정이다.

홍성보 민속자연사관장은 “이를 통해 보존처리와 복원을 위한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고 국가지정문화재 소장 박물관으로서의 상징성을 부각 시킨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종류의 ‘병자일록’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남급 문중 등과 함께 공동 학술 세미나도 개최해 책의 의미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홍 관장은 “이렇다 할 대표적인 고서 소장품 하나 없던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이번 ‘병자일록’의 수집을 통해 지역 박물관을 벗어나 전국박물관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물관은 이번 수집 과정에서 ‘병자일록’과 함께 제주목사와 현감을 지낸 이들의 간찰(간지에 쓴 편지) 10점을 구입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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