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설립 이후 38년만에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제주시 아라1동의 국정원 제주지부 건물 전경.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국정원 제주지부 오라동으로 이전...제주해경청 리모델링 6월 개청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졌던 국가정보원 제주지부(이하 국정원) 건물이 38년만에 그 속살을 드러냈다.

<제주의소리>는 최근 신설 제주해양경찰청이 들어서는 옛 국정원 부지의 인근 건물 철거에 맞춰 청사부지 내부 근접촬영에 성공했다.

국정원은 제주시 아라1동 소재 제주지부 건물이 노후화 됨에 따라 2009년부터 오라동 현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2010년 착공에 들어간 오라동 신청사는 1년여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제주교도소 인근 3만6400㎡부지에 2011년 8월자로 새둥지를 틀었다.

국정원 이전으로 해경이 건축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건축물 전경이 외부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2012년 창설을 앞둔 제주해양경찰청이 국정원 청사 리모델링을 위해 철거업체를 통해 창살과 철조망을 모두 제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옛 국정원 건물은 1만8000㎡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부지 전체는 나무와 벽으로 둘러싸여있다.

국정원은 1973년 제8대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절 중앙정보부를 이끌었던 당시 이후락 부장의 지시로 현 제주시 아라동 부지에 신축했다.

신축 당시 청사 부지 주변에는 2미터가 넘는 담이 세워졌고, 담 위로 쇠창살과 철조망이 추가 설치됐다. 그 외부에는 구슬잣밤나무가 나란히 심어졌다.

50~60세 연령대 제주시민들은 당시 국정원 돌담에 흰색 페인트로 '접근금지, 무단침입하면 발포한다'는 문구가 세워진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5대사정 기관 중 하나인 국정원은 1961년 박정희가 주도한 5.16군사정변에 적극 가담한 김종필 전 총재가 창설을 주도한 조직이다.

제주해경은 국정원 건물 앞을 막고 있던 정체불명(?)의 단독주택 건물을 완전 철거했다. 이곳은 공영주차장 건설이 검토 중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국정원 제주지부는 40여년간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해 왔다. 새입자격인 해경은 물론 경찰 관계자들도 국정원 건물 내부를 확인한 이가 없을 정도다.

건물을 임대한 해경은 우선 국정원 건물을 가로막고 있던 의문의 민가 1채를 철거했다. 이 건물은 국정원이 내부노출 등을 막기 위해 민간인으로 부터 매입한 1층 단독주택이다.

국정원은 과거 이 건물과 부지를 통째로 매입한 후 빈집채로 국정원 정문 앞에 그대로 방치했다. 국정원 정문을 막아선 방패막이었던 셈이다.

해경은 철거한 민가 부지를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형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본청사는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사용키로 했다. 2012년 4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6월께 4과 1단(항공단), 1대(특공대) 형태로 창설한다.

정문밖에서 카메라를 통해 근접촬영한 국정원 제주지부 청사 전경. 현관 앞에서 건물을 막고 서있는 향나무가 인상적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가 철거 현장을 방문할 당시 정문 앞 주택이 철거되고 부지를 감싸고 있던 담벼락의 창살과 철조망이 모두 제거되고 있었다.

정문 앞에서 청사를 향하니 본청사 앞에 10미터가 넘는 향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단순히 조경이 아닌 건물을 가로막는 방패역할로 추정된다.

3층 규모의 본청사는 맨눈에도 건물의 노후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건물 창틀 역시 공공기관에서는 보기힘든 구식제품이었다.

정문 바로 옆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청원경찰 전용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 입출구 자동 바리케이트는 모두 철거되고 없었다.

본청사 우측에는 차량 1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단층형태의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좌측에는 구내식당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확인됐다.

정문에서 동쪽방향에 주차장으로 사용된 시설물이 보인다. 차량 10대는 주차가능한 규모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그 옆에는 과거 학창시절 학교 소각장과 비슷한 시설물도 있었다. 국정원 내부 문서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 소각시설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식당 남쪽으로는 1코트 형태의 운동시설인 테니스장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건물 아닌 주변의 나무들이다. 각 나무들 마다 외부에서 국정원 건물이 안보이도 식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국정원 건물 외부에는 나무에 가려 본청 건물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청사를 둘러싼 돌담 주위로 3~4미터에 크기의 나무를 적절히 배치해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나 싸한 느낌이 들어 지하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철거작업은 부분적일 뿐 본청사를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시설에 대한 작업은 20일까지 이어지며 본격적인 리모델링은 4월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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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국정원 건물 서쪽에 자리잡은 테니스 운동시설. 빨간원안은 과거 학교에서 볼수있었던 소각장 시설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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