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민속인 KT 도덕성 ‘치명타’, 제주도 요구라면 ‘정치적파장’ 가늠 못해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닌 서버만 외국에 둔 전용회선, 즉 국내전화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파만파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내전화를 국제전화처럼 포장한 KT는 물론이고 이를 사전에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도 당국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기가 힘들게 됐다. 시민사회단체가 감사원에 제기한 국민감사도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게 됐다.

세계7대경관 국제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닌 국내전화일 개연성이 높다는 의문을 던지 처음 던진 곳은 KBS ‘추적60분’. 그동안 네티즌들이 의문을 제기한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방식에 대한 자체 검증에 나서 지난 2월29일 세계7대자연경관 2탄으로 이를 보도했다.

추적 60분은 KT노조관계자와 만나 “하루 200만통 국제전화가 실제 적용되면 통화교란이 생길 수 있다”라는 답변을 이끌어 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서 전화통계를 냈다는 자체가 국내통화란 뜻”이라며 국내전화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때도 KT는 국제전화 투표는 자체 투표시스템 개발을 통한 국제전화의 일종이다. 일반 국제전화 통화와는 다르다“라고 두루뭉실 넘겼다.

▲ 제주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전화투표가 당초 알려진 국제전화가 아니라 국내전화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KT서버에서 재단 서버로 전송...영국 ‘국제전화교환기’ 거치지 않은 국내 전화

<한겨레> 보도는 국내전화였을 개연성을 사실로 확인했다. 당장 KT는 전 국민을 상대로 ‘국제적 사기를 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초 뉴세븐원더스 재단본부가 있는 영국으로 거는 국제전화는 ‘001-44-758-900-1290’.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엔 복잡한 전화번호였다. KT는 2010년 12월29일 이 전화번호를 ‘001-1588-7715’ 간편한 단축번호로 바꿨다. 이때까지는 국제전화였다.

그러나 2011년 4월1일 이 단축번호에 문자투표 시스템을 추가하고 영문안내를 우리말 안내로 바꾸면서 사실상 국내전화가 됐다. 이때부터는 일반 국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ARS ‘1588-775’만 걸어도 됐다. 굳이 ‘001’을 누르지 않아도 됐다. KT 국제전화 교환기가 아니라, 자체 구축한 ‘지능망 서버(ARS)'에서 뉴세븐원더스 서버로 직접 연결됐기 때문이다. KT는 이 서버는 외국에 뒀다.

2011년 3월30일일까지는 ‘개인→KT사업자→국제전화교환기→영국통신사업자→뉴세븐원더스재단’으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국제전화(투표)였다. 그러나 4월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단으로 거는 국제전화투표는 ‘개인→KT 지능망서버→뉴세븐원더스 재단’으로 갔다. 국제전화교환기간 통화가 아니라, 서버에서 서버로 전송한 셈이다.

▲ 온 국민의 건 7대자연경관 전화 투표와 문자투표. KT는 전화요금을 할인해 줬다고 하지만 오히려 KT가 바가지 요금을 씌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전화요금, 39원 vs 150원...문자메시지, 40~100원 vs 150원

7대자연경관 국제전화투표가 국내전화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과 제주도가 부담한 KT의 국제전화요금도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당초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는 국제전화 요금이 적용돼 1통화당 1200원(1분20초 기준)이었다. 한두 통화는 별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다수, 대량통화는 부담이 가는 요금이었다. 투표 안내서비스가 영어로 제공되고 70초라는 긴 투표시간으로 인해 무효 투표율이 48%나 됐다.

KT는 범국민추진위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KT는 열 다섯자리 국제전화를 ‘001-1588-7715’ 열 한자리를 줄이면서 통화요금을 144원(10초당 18원)으로 대폭 낮췄다.

그리고 2011년 4월1일부터는 영어안내 멘트가 한국어로 바뀌고, 투표 소요시간도 70초에서 20초로 줄였다. 이때 144원 전화요금이 문자투표는 1회당 150원, 전화투표는 180원으로 인상됐다.

제주도는 “투표방법 간소화와 시스템 변경으로 높은 전화요금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뉴세븐원더스 재단과의 통신 협정을 통해 최소한의 국제전화요금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KT는 결과적으로 국내전화를 할인해 줬다고는 하지만 국제전화요금으로 받은 셈이다.

KT 국내전화는 시내통화요금은 평상시(08:00~21:00) 180초마다 39원, 할인시간(21:00~08:00, 공휴일)에는 258초마다 39원이다. 또 시외통화요금도 평상시에는 180초당 39원, 할인시간에는 39원이다. 또 문자메시지(SMS)는 한글은 40원, 영문은 40자까지 100원이다.

KT가 7대자연경관 투표를 위한 자동망서버 구축과 서버대 서버 전송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갔는지 확인 할 수 없지만, 적어도 KT자체 국제전화교환기를 사용하지 않고 또 영국 통신사업자에 줘야하는 접속료와 통화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 할 때 상당히 비싼 통화료를 국민들이 지불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렇게 해서 제주도 공무원들이 쓴 전화비용은 211억8600만원. KT는 전화비가 너무 과도하다는 여론이 일자 지난 2월 자체 수익금 41억원 전액을 제주도에 돌려줬다. KT는 ‘이익금 환원’, 제주도는 ‘배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KT가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포장해 할인된 국제전화요금을 적용했다가 결과적으로 과도한 전화요금이 말썽이 되자 41억원을 내 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즉 2011년 4월1일부터 적용된 요금 180원과 문자메시지 150원 자체가 바가지요금이었다는 주장이다.

KT새노조가 13일 발표한 이와 관련한 성명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 한다.

KT새노조는 “문자투표를 한글 ‘제주’로 보내면 40원, 영문 ‘jeju'로 보냈다고 하고 아무런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도 그 요금은 100원이 부과돼야 한다”며 “그런데 아무런 이유 없이 제주 7대 경관 관련 문자투표는 150원을 부과했다. 이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요금을 청구한 명백한 바가지요금”이라고 밝혔다. 즉 KT가 범국민 캠페인으로 진행된 7대경관 투표열기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 KT는 '001'를 단축번호에서 빼려고 하자 제주도가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도도 이 문제를 사전에 알았다는 것으로 정치적 후포풍이 예상된다.
 # 제주도와 사전합의했나?...KT "001 빼면 안된다는 건 제주도 요구였다”

국제전화가 아닌 국내전화였다는 사실을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가 알았는지 여부는 KT의 도덕성 논란과 별도로 정치적 정책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KT는 <한겨레>에 보낸 답변서에서 “단축번호를 계속 사용한 것은 이미 해당 번호가 범국민적 투표 번호로 인식돼 있었고, (번호를 바꾸면) 사용 중인 각종 인쇄물 교체 등의 문제가 있었다.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청의 ‘번호변경 불가’ 요청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즉 제주도가 그냥 ’001‘을 앞에 붙이라고 해서 자신들은 어쩔 수 없이 붙였다는 항변이다.

KT가 밝힌 것처럼 이미 ‘001-1577-8815’가 국민적으로 인식이 돼 있고, 각종 유인물에 ‘001’이 찍혀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먼저 범국민적 전화투표와 문자투표를 유도하기 위해선 ‘001-1588-7715’ 12자리 보다 ‘1588-7715’가 훨씬 쉽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적극적인 국민들이 아니었다면 ‘001’이 있고 없고 문제가 안 될 뿐더러 ‘1588-’로 시작되는 번호가 앞에 ‘001-’이 붙은 것보다 국민들 뇌리에 훨씬 더 깊이 인식돼 있다는 사실과는 반대 견해다.

또 인쇄물을 그냥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쉬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시점은 2011년 4월. 이 때만해도 전화투표가 본격적으로 불붙기 이전이었다. 때문에 충분히 교체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제주도가 이 시점 이전에 제작해 놓은 인쇄물 비용이 얼마인지는 파악해 볼 일이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낮다.

이 모두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렇다면 211억8100만원을 쓴 제주도청 공무원들에게는 그냥 ‘1588-7715’를 걸도록 해도 되는 문제를 왜 이렇게 복잡하게 했느냐 지점에 이르러서는 복잡하게 꼬인다.

제주도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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