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

한라일보 임직원 여러분!
우선 무엇보다도 작금의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데 대해 이유야 어떻든 유감으로 생각하면서 저의 부덕함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언론은 일반기업과 달리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숙명적 의무와 사명이 있는데, 한라일보의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과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수치를 감내하면서까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오니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지난6월5일 미래상호신용금고 김찬경 대표와 합의하면서 한라일보사를 상호신뢰하에 건실한 언론기관으로 육성 발전시킨다는 합의정신에 따라 저의 소유지분을 조건부로 '무상양도'키로 합의했고 또 합의각서를 여러분에게 읽어 준 바도 있습니다.

조건은 3년간 회사운영에 있어 사내 인사는 합의하에 시행하고 기타 업무는 협의토록 하고, 김찬경씨가 5년이내에 저의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에는 다시 저에게 반환하도록 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저와 여러분은 15년동안 함께 웃고 울면서 명운을 같이 했습니다. 서로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라일보'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가꿔온 신문입니까. 저는 제가 떠나더라도 그 이름을 제주도 역사와 언론사에 길이 남기고 임직원 여러분의 삶터요, 보금자리로서 도민에게 신망받은 언론으로 정도를 걷고 건강하게 보전돼야 한다는 욕심 하나로 투자자를 물색했습니다.

그러한 연장선 상에세 김00 부국장의 소개로 김찬경씨를 만나게 됐고 신문사에 투자의사를 밝힌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별 의심 없이, 그이 뜻대로, 변호사의 자문도 구하지 않고 합의서에 서명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김찬경씨를 알게 된 것은 일년 남짓이고 여러분도 이제 겨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자식을 입양 보내야하는 부모의 심정이라고 할까요. 한라일보 창업자로서 신문사를 꾸려나갈 새사람에 대한 기대와 우려 때문에 관찰하고 검증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저는 신문이 10월6일 조간화 된다는 확정기사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협의는커녕 보고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조간화 된다는 사실을 밖에서 남에게 들었습니다. 이런 기분 여러분은 이해하시겠습니까. 또한 이사회 소집 보고를 받지 못하고 우편물을 통해 알게 되었으며, 수천만원 상당의 사무실 집기류 교체 각종 행사 등 전반적인 회사운영 등을 남으로부터 듣거나 아예 모르고 지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조건 첫회 인쇄 작업 및 고사에도 저는 배제되었습니다. 이젠 아예 판매국 직원 충원문제나 식당 문을 여는 것도 내가 결재를 하지 않아서 문을 못 열고 있다고 하며, 한라일보 조간TV광고도 내가 내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등 얼토당토 않는 거짓말을 퍼뜨리면서 저와 여러분 사이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를 노망든 사람이라며 등뒤에서 조소 섞인 말도 합니다.

일부 국장은 간부직원들로 하여금 업무관련 보고체계 등에서 저를 배제시키고, 저로부터 한라일보가 탈피될 수 있도록 하는 서명 작업(연판장)을 하려다 간부들에게 거절당한 사례들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일부국장들은 사무실 돌아가는 얘기나 회의내용 등을 다른데 가서 얘기하거나 제게 직접 고고를 하면 짜르겠다고까지 했답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이렇듯 3~4개월 동안 부하직원들에게 필설로 다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신문사와 임직원들을 위한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고 속알이를 했습니다. 불면의 밤들이었습니다.

혹여 여러분 중에는 왜 '강영석이 성질에 가만히 있나, 정말 대가성으로 얼마 받고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합의서 정신이 제대로만 이행됐다면 3~5년의 유예기간도 필요 없이 무상양도 원칙이 지켜졌을 것입니다. 저는 그래도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었고 대화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인 강종규 이사가 김찬경씨와 두어 차례 대화를 통해 당초 합의각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면서 분쟁의 단초를 제공하는 합의각서를 다시 정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김찬경씨는 대화에 나선 강 이사에게 되레 물컵과 재떨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며 강 회장에게 조용히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종용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결국 대화가 무위로 돌아가자 두 번의 내용증명을 보내어 시정도 요구했으며 지난13일자로 김찬경씨에게 '합의내용불이행', '1차증자 미시행', '상호신뢰위반' 등의 사유로 합의가 해지되었음을 통지했고 위임한 15만주의 의결권도 철회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김찬경씨가 보내온 10월6일자 소인이 찍힌 내용증명에서 1차 증자시에도 강00(6억) 노00(5억)씨의 주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노00씨가 투자금을 돌려 받기 원해 조재린씨(* 한라일보 부회장)가 인수하고 이를 다시 강만생(*한라일보 사장), 고승화(*미래상호저축은행 감사)에게 일부 처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째서 김찬경씨는 대주주입니까? 대주주라 칭하며 간부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등 신문사를 이지경으로까지 만든다는 말입니까.

한라일보는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고 지역 여론을 대변하는 공기관입니다. 냉철하게 판단합시다. 저도 믿을 수 없는 투자자에게 한라일보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갑시다. 제가 한라일보를 책임지고 지켜 나갈 것입니다.
2003년 10월 15일
한라일보 대표이사 회장 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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