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홋카이도大 박사 수료 정신지 씨 “걸으멍, 보멍, 들으쿠다”
매주 토요일 <제주의소리> '걸으멍 보멍 들으멍' 코너로 제주이야기 소개

 

▲ 일본 국립 홋카이도대학에서 문학박사를 수료한 정신지 씨(32)가 매주 토요일 <제주의소리>의 '걸으명 보멍 들으멍'이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이 여자, 택시 기사들과 대화 나누길 즐기는 ‘수다쟁이’다. ‘역마살’도 단단히 타고났다. 거기에다 ‘촌스러움’까지 좋아하는 독특하고 야무진 여자다. 그녀의 이름은 정신지(32).

파주·부산 출신의 부모님 아래 서울서 태어나 여섯 살에 제주로 이민(?) 왔다가 스무살에 다시 서울로 나갔다가 일본의 대학과 대학원에서 ‘지역연구학’이라는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세계 17개국의 섬·지방·대도시를 떠돌며 사람과 집단, 그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혀왔다. 지난 봄, 일본의 국립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學)에서 문학박사 과정도 수료했다.

이제 12년간의 지구촌 유목 생활을 마치고, 태어난 곳은 아니되, 자신을 성숙하게 키워준 ‘진짜 고향’ 제주로 지난 봄 돌아와 부모님이 살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에 짐을 풀었다.

이제 우선 제주를 걷고, 보고, 듣겠단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다를 떨어볼 참이란다. 그렇게 제주 사람들을 만나고, 제주를 걸으면서 ‘쉽고 따뜻하고 재미있는’ 수다, 또한 ‘쓸모 있고, 제주다운’ 수다를 맘껏 떨겠단다.

<제주의소리>가 ‘촌년’ 정신지의 수다를 통해 제주를 이야기 하고, 제주에 대해 소통할 공간을 제공했다. 그녀가 쓰는 ‘걸으명, 보멍, 들으멍’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할 계획이다.

인터뷰 하고, 자료 수집하고,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을 남기는 일에 대단히 흥미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나이와 성별, 지위와 계층을 막론하고 제주 사람들과 제주에 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풀어나갈 이야기보따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서울서 태어난 그녀가 제주로 이사 온 때가 여섯 살. 당시는 1980년대 중반으로 섹스관광 목적의 일본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신제주(연동)에서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살았다. 하필 연동이었을까. 보고 듣는 것이 아무래도 건강치 못했던 탓인지 제주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지 못하고 제주를 떠났다.

그러나 밖에서 본 제주는 자신이 머물던 당시에 보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와 진면목들이 즐비한 보물섬이었다. 한뙤기도 안되는 연동에 갇혀 살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제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이 제주 섬을 빙빙 두른 제주돌담보다 못한 것임을 알았고, 일본·러시아까지 진출한 제주해녀들의 기개는 대륙의 그 어떤 민족들보다도 진취적인 것이었다. 

정신지. 20살에 너른 세상으로 나가 대상에 연연해 하지 않고, 보고 듣는 것이라면 뭐든지 맨몸으로 부딪히는 필드워크(현장조사)로 딴딴하게 내공을 쌓아왔다.

그리고 여태까진 공간적 정착보단 정신적 정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정신적 정착 못지않게 공간적 정착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목수인 아버지가 손수 지으신 집에 돌아와 ‘제주 촌년’이 된 걸 훈장으로 여길 만큼 제주를 갈구하고 있다. 

 

▲ 제주출신 정신지 씨(32)는 20살부터 올해 초까지 세계 17개국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연구에 참여해왔다. 그 결과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제주의 가치와 진면목을 재발견하게 됐다며 기자에게 열변을 토하는 정신지 씨.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왜 글을 쓰려 하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정신지의 답이다. “밭에서 땀흘려온 농부 아저씨가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않고 평생을 흙속에서 살았다고 해서 그 분의 인생관이 편협하거나 좁다고 할 수 있나요? 다만 다양한 경험이 부족할 뿐이죠”란다.

무슨 말일까. 다시 그녀의 말이다. “그 분은 흙 속에서 생명을 일구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신 분이고, 저는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세계 사람들의 지혜를 고향 제주를 위해 공유할 수 있다면 농부가 밭을 일굴 때의 마음가짐으로 볼펜과 수첩, 카메라를 들고 제주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거죠”란다.

그녀가 일본 나고야 시립대학 인문사회학부 시절부터 시작한 연구의 궤적을 보면 인도네시아 발리주(州)의 해변 노동자들인 비치보이에 관한 조사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주(州)의 수상민족 바자우에 관한 조사, 토라자 지역의 장례문화, 일본 미에현 도시지마 지역의 해녀문화, 싱가폴·말레이시아·대만 등 동남아시아 백팩커(배낭여행자) 투어리즘 조사, 미국 뉴욕시의 NGO 스토리콥스(Story Corps)에 관한 조사 등 학문적 카테고리에 얽매여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그녀가 쓰고 풀어낼 무궁무진한 제주 사람들의 스토리와 역사가 기대되는 이유다.
  

▲ 정신지 씨는 사진찍기를 좋아 한다. 자신이 찍은 셀프 카메라 사진.

연재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가 꼭 남겨달라는 말이다. “전 고3때 대학가기 싫어서 수능 시험장에서 시험 시작 단 5분 만에 뛰쳐나와 버린 소문난 괴짜였죠. 그렇다고 전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좀 말 많은 수다쟁이일 뿐이죠. 내가 수다를 떠는 것은 내 마음을 여는 것이고, 그러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죠. 그 속에서 쓸모 있는 제주 이야기를 찾아보자는 겁니다”.

매주 토요일 <제주의소리>를 통해 연재될 정신지의 ‘걸으멍, 보멍, 들으멍’에 독자와 네티즌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