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타당성용역 결과 첫 언급 "정치쟁점화 우려 공개안해"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구상. <제주의소리 DB>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끝낸지 6개월이 넘도록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처음으로 밝혔다.

정치쟁점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데, 정치권 일각에선 되레 정부가 대선을 의식, 정략적으로 발표를 미룬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3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은 지난해 연말 완료했지만 일부러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저고속철도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국가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야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 정치이슈화 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임시로 보고서 제본만 하고 정식으로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비용 말고도 국가적 정서나 이해, 기술적 문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의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지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아직 정부 입장이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련 부처들은 그러잖아도 대선주자들이 (해저고속철도를 놓고)치고 나오면 어떡할까 걱정들 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5월 제주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 때 정부가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고서도 정략적으로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전남-제주 해저고속철 구상도. <제주의소리 DB>

당시 이 대표는 용역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선 때 (새누리당이)써먹으려 하는 것"이라며 "결과를 감추면 안된다. 자료를 받아서 해저터널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략적 이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같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반대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당성이 있다"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 수치가 너무 낮다는게 문제다. 타당성이 턱도 없다"고 희미하게나마 처음으로 용역결과를 입밖에 냈다.    
     
그는 구체적 수치를 묻자 "사업을 추진하려면 비용.편익비율(B/C)이 최소 1은 넘어야 한다"면서 "1보다 훨씬 밑돈다는 사실만 알아달라"고 더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는 B/C는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1보다 낮으면 그 반대로 간주된다.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은 2010년 5월12일 시작됐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건설기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유신코퍼레이션㈜이 컨소시엄을 맺어 수행했다. 용역기간은 당초 2011년 8월4일까지 15개월이었으나 그해 연말까지로 연장됐고, 결과 발표가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각종 억측을 불렀다.  

용역은 2009년 12월19일, 이듬해 국회 예산심의에서 관련 예산 10억원이 반영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2008년 12월17일 '녹색성장과 철도 세미나'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해저고속철도 건설 구상안을 발표했던 교통연구원은 2026년 기준 비용편익비율을 0.84로, 연간 이용수요를 1500만명으로 예상했다.

"전남도, 기본계획 수립예산 100억 요청? 처음듣는 얘기...쉬운 문제 아니"

국토부 관계자는 해저고속철도 이해당사자인 전남도가 최근 국토부를 방문, 해저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예산 100억원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주도록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면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것인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한다면서 어떻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고 기본계획 먼저 수립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온 건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쉽게 될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는 2007년 7월2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가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박 지사는 같은해 9월5일 김태환 제주지사와 공동으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교통연구원의 구상은 총 연장 167km 중 목포에서 해남까지 지상 66km는 철도로 잇고, 해남에서 보길도까지 28km는 교량으로, 보길도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73km는 해저터널을 뚫는 것이다.

사업기간은 타당성.기본.실시설계 3년에 순수 공사기간 8년을 더해 총 11년. 사업비는 약 14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완공되면 서울-제주를 2시간26분에 주파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현재 전남도와 주요 정치인들은 해저고속철도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이 대선 지역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여야를 상대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1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는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한반도의 미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할 사업"이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광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가장 먼저 움직인 정치권 인사다. 2009년 4월15일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던 이 의원은 이 사업을 당의 대선 공약으로 확정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6월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적극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달리 제주도는 신공항 건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가 추진 역량을 분산시켜 신공항 건설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우근민 지사도 2년전 취임사에서 해저고속철도 공론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얼마없어 "신공항 건설여부가 결정된 이후에 추진하는 것을 도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라"고 지시했으나 그 이후엔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고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은 신공항 업무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해저고속철도 문제는 전혀 검토한게 없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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