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민군복합항] ① 일반 민간선박 입·출항 불가능 명백한 해군기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포장되어온 제주해군기지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크루즈 선박을 제외한 그 어떠한 민간선박도 출입할 수 없는 명백한 ‘해군기지’임이 우근민 도지사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가짜임이 드러나면서 지난 6년간 표류해온 강정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 강정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감도. ⓒ제주의소리
◇ 우근민 “군함과 크루즈만 입출항”…박희수 “민간선박 통제, 무슨 민군복합항이냐”

21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원 포인트’ 임시회. 우근민 지사의 입에서 중요한 ‘팩트’가 하나 튀어나왔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민간선박이 드나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팩트’를 끄집어 낸 건 박희수 의장이다. 박 의장은 도정질문 말미에 우 지사에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크루즈선박 이외의 민간선박 입출항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우 지사는 “물론 그런 것은 조치가 되어 있다. 별 문제가 없다”는 두루뭉수리 한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박 의장의 “일반 선박의 입출항도 자유롭다는 것이냐”는 거듭된 추궁에 그 실체를 폭로(?)하고 말았다. 우 지사가 “크루즈선박, 그리고 거기에 지원하는 예인선이나 물품을 공급하는 배들은 가능하지만, 일반선박은 현재 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크루즈 선박과 이를 지원하는 예인선 정도만 입출항이 가능할 뿐, 일반 민간선박의 입출항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공표’해 버린 것이다. 물론 제주도가 이러한 사실을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숨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 국방부는 이전부터 “제주는 분명한 해군기지” 주장…도지사가 ‘가짜’ 입증 아이러니

▲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 ⓒ제주의소리
사실 국방부는 이전부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항만의 성격조차 부정하려는 태도를 취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난 3월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제주기지는 분명한 해군기지”라고 못을 박았다. “국방부 예산으로 9700억원을 투입하는 해군기지”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대변인의 발언은 국방부가 그동안 써온 ‘민군복합항’이 제주도민을 달래기 위한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고, 그 명칭마저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2009년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해양부가 기본협약서를 체결한 제목이 다른 두 개(해군기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협약서도 ‘민군복합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방부의 의중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2008년 9월11일 당시 한승수 총리가 의장으로 있던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정부의 약속이다. 2007년 12월 국회가 이듬해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을 승인하면서 부대의견(민군복합형 기항지)을 단 이후 기지 성격을 놓고 국방부와 제주도 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총리가 조정을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 6월2일 한·아세안 제주특별정상회의 때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해군)는 적어도 겉으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명칭을 버리지 않았다. 두 가지 이름을 동시에 쓰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해군기지’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지사의 입을 통해 들통 나 버리고 말았다.

▲ 여.야 대선 주자들의 강정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입장. ⓒ제주의소리
◇ “완전한 민군복합항 건설” 외치던 대선주자들 어쩌나?…해군기지 문제 ‘새 국면’

그 동안 ‘무늬만’민군복합항 논란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날 우 지사의 발언은 민군복합항이 가짜임이 들통 났다는 점에서 이번 ‘원 포인트’ 임시회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더구나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도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관광 거점이 될 수 있는 크루즈 관광미항 건설”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터라, 민군복합항이 가짜임이 드러나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은 국회의 부대의견 대로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건설돼야 한다면서 해결 경로로 ‘先 공사중단 後 전면재검토’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여·야가 온도차는 있지만 입버릇처럼 “완전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약속했던 만큼 이번 ‘가짜 민군복합항’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법에서도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 중단 후 새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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