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의원,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 회의록 공개
총리실 "시뮬레이션 않고 공사할 수 있는 데이터 만들어 달라" 요구

   
정부가 15만톤 크루즈 입출항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조작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10일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1~4차 회의록'을 최초로 입수, 공개했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 회의록에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그동안 제기돼 왔던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처음부터 군항으로만 설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기술검증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가 지난 3월부터 총리실에 끈질기게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15만톤 크루즈선박 2척의 입출항 가능 시뮬레이션' 요구를 정부가 왜 회피해왔는지 그 이유가 회의록에 잘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2월14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기술검증위 회의록에 따르면, 15만톤 크루즈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관련해 한 위원은 "정부가 그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고 바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를 우리보고 만들어달라고 그러는데 제가 봤을 때는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라는 발언이 나와 있다.

또한 총리실 관계자는 4차 회의에 앞서 "검증문제가 조기에 빨리 매듭지어지고, 국책사업이 제대로 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정부의 기본 방침입니다"라며 "검증내용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노골적으로 검증위원들을 압박했다.

▲ 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
이어 지난 1월26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1차 회에서도 검증위원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해군기지로만 설계됐고, 크루즈는 결국 끼워 맞춘 것', '민항에 맞는 설계 변경은 없었다'는 발언이 쏟아졌던 것도 공개됐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제주해군기지는 민군복합항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사실상 정부의 약속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한 검증위원은 "함정을 위한 해군기지로 항만설계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에서 민항기능 보장차원에서 설계 변경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다른 검증위원은 "배의 규모를 줄여야지 지역에 맞지도 않은데 억지로 15만톤을 두척이나 넣어서 거기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제주해군기지는 애초에 15만톤 크루즈 두척의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 검증위원들의 발언 중 "15만톤을 왜 두대나 댄다고 그래서... 왜 그렇게 정부에서 그것을 약속했는지 참..." 등은 정부가 약속한 제주해군기지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기능이 거짓임이 드러난 대목이다. 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
검증위원은 "군항으로 다 픽스 해 놓고 일반 크루즈 부두 한다고 하다보니까 크루즈 부두를 하면 거기에 맞게 가장 먼저 해야 될 게 수역시설"이라며 "그런데 15만톤 크루즈선박이 들어왔는데도 바뀐 게 평면 쪽은 하나도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설계를 안바꾼다는 전제가 다 깔려 있고, 실제로 조금만 더 바꿔도 괜찮을 수 있는 상황이 있는데도 하나도 안바뀌고 있다"며 "다 합리화하는 작업만 돼 왔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은 "15만톤 크루즈선박 입출항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결과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술검증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라며 "지난 2007년 국회가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의결한 민군복합형 기항지라는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해군의 의지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입증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기술검증위원은 전준수 서강대 교수(위원장)과 박진수·김세원·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 이병걸 제주대 교수, 유병화 대영엔지니어링 전무 등 6명이었고, 간사는 임석규 총리실 제주도정책관이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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