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기술검증위원회 ‘데이터 조작’ 회의록 공개 ‘후폭풍’
검증위 결과보고서 채택-시뮬레이션 착수 ‘70일 시간차’ 사실왜곡

▲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감도. ⓒ제주의소리DB
정부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시뮬레이션 데이터조작을 요구한 정황이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통해 드러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총리실이 이틀 연속 해명자료를 내고 “자료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해명이 팩트가 아닌 ‘임의적 판단’에 기인하고 있고, 명백한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무총리실 제주도정책관실은 12일 ‘총리실, 해군기지 해명도 사실왜곡’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기술검증위원회 위원 모두가 합의한 건의 내용에 따라 15만톤 크루즈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제주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시뮬레이션 과정에 협의도 없었고, 자문한 적도 없다. ‘검증위원회 모두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라는 표현은 명백히 잘못됐다”며 총리실의 해명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은 이에 “기술검증위원 상호간 다양한 의견 개진과 수많은 논의과정을 거쳐 위원 모두가 합의(서명)한 결과보고서를 채택했고, (정부는) 보고서에 따른 선박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국회 예결특위 해군기지소위 권고에 따라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됐고, 기술검증위원회가 채택한 결과보고서의 건의에 따라 선박 시뮬레이션이 실시됐으며 총리실은 이에 근거해서 해명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기서 언급된 ‘선박 시뮬레이션’은 국방부(해군)가 단독으로 실시한 것으로,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이미 착수한 것이다. 시점 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면서 총리실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기술검증위원회는 1월26일 구성돼 2월14일 4차 회의에서 결과보고서를 채택함과 동시에 활동을 종료했다.

반면 총리실이 밝힌 시뮬레이션은 지난해 12월12일 시작돼 2월23일 결과보고서가 제출됐다. 제주도는 이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았다. 4차 회의에서 한 위원은 “오늘(2월14일) 오전에 해양대학교에서 시뮬레이션을 쭉 발표할 때…”라고 발언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협의도 없었고, 자문한 적도 없다. ‘검증위원회 모두가 합의한 건의내용에 따라’라는 표현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9월24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주해군기지 관련 업무보고’때도 “국방부는 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부터 단독으로 2차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용역을 실시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물론 기술검증위원회 4차 회의가 열린 시점이 2월14일이고, 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가 제출된 시점이 2월23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검증위의 건의내용이 시뮬레이션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반영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바가 없다.

기술검증위원회 보고서에서는 “민군복합항 설계에 필요한 4가지 항목(설계풍속, 횡풍압면적, 항로법선, 선박 시뮬레이션)에 대한 검토 결과, 현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만구조물 재배치와 高마력 예인선 배치를 반영해 선박의 통항 안정성 및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으로 건의한다”고 기술돼 있다.

총리실은 바로 이 건의에 따라 선박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시뮬레이션에 기술검증위원회 회의과정에서 제기된 설계풍속 등 변수 값이 적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총리실 해명 외에는 확인된 바가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검증위의 최종 보고서가 상식적으로 위원들이 합의하지 않은 보고서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검증위원들의 의견이 용역기간 막판에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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