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중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침수중인 삼성물산 소속 3001삼양호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삼성물산 1공구 올초부터 야간공사...파손된 케이슨 7개 지뢰밭 역할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바다에서 예인선 침수사고가 발생하면서 해군의 야간공사와, 파손된채 해상에 방치된 케이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삼성물산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공사장 남쪽 100미터 해상에서 삼성물산 소속 3001삼양호가 케이슨과 충돌해 침수했다.

사고선박은 25일 오전 8시50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서 아파트 8층 높이의 케이슨 8885톤을 이끌고 강정 앞바다까지 이동시킨 후 회항하던 중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화순항으로 향하던 예인선은 올해 여름 태풍 볼라벤의 내습으로 파손된채 폐기물로 변한 육중한 케이슨에 충돌한 후 침수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고 현장 인근에 바지선이 위치하고 있어 승선원 7명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인근에 공사중인 선박들이 없었다면 구조에 애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케이슨과 충돌해 침수중인 삼성물산 소속의 예인선 3001삼양호.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삼성측이 무리하게 야간에 바지선을 운항하는 등 공사를 강행한 이유는 공기단축과 더불어 만조시간과 때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군측의 설명이다.
 
높이 20.4미터에 이르는 케이슨을 강정 앞바다에 임시 투하하기 위해서는 하루 2번인 만조시간에만 가능하다. 결국 야간 만조때에도 가거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서 8885톤급 케이슨 57기를 제작해 강정 앞바다에서 차례로 임시투하하고 있다. 준설작업이 마무리되면 정거치 후 타설이 이뤄진다. 이것이 해군기지 방파제다.

해군기지 제1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3기의 케이슨을 제작했으나 1호에서 7호기까지 7기가 여름 태풍에 모두 파손됐다.

삼성물산이 야간 운항과 함께 파손된 케이슨을 인양하지 않고 수개월째 그대로 방치하면서 스스로 해상 충돌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 올해 여름 해군기지 공사장 앞 바다에서 태풍으로 파손된 케이슨. 3개월째 흉물로 방치되면서 해양폐기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침수사고가 난 예인선도 바로 이 케이슨과 부딪쳤다. ⓒ제주의소리 DB
20미터에 이르는 육중한 케이슨 중 일부는 썰물때에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만큼 사실상 지뢰밭 역할을 하고 있다.

1대당 가격만 15억원으로 추산되지만 해군과 삼성물산측은 파손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수중조사 결과 인양 여부 등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초에도 선박검사를 받지 않은 '플로팅독(floating dock, 반잠수식 야외작업장)'을 해군기지 앞바다에서 불법 운항하다 적발됐다.

3월11일에는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플로팅독을 화순항 외항에 정박시키다 어선 3척을 들이박아 2척이 침몰되고 1척이 침수되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이번 사고 발생 6시간만인 오전 7시25분께야 해경에 사고를 통보한 것도 의문이다. 예인선 인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선장을 상대로 한 해경의 조사도 지연되고 있다.

▲ 위 사진은 올해 3월 케이슨 1,2호기가 강정 앞바다에 투입되는 모습. 아래는 5일 촬영한 케이슨 모습. 태풍으로 케이슨이 크게 파손됐다.ⓒ제주의소리 DB
제주해경 관계자는 "야간 운항 자체는 큰 문제가 없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선장을 상대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현재는 침물과 해양오염에 대비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올초 해상공사 케이슨 가거치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간공사는 계속돼 왔다"며 "규정상 야간공사는 문제될 것이 없다. 과실여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측은 "사고선박은 바지선과 결박해 현재로서는 침몰 가능성은 적다"며 "사고 원인은 해경에서 조사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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