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14) 농업을 살리는 ‘공동체 관광산업’ 모델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 프랑스. 매년 8억명이 넘는 세계인이 휴가를 즐기는 곳, 관광수입만해도 4백억 유로 규모(한화 약 696조).
  프랑스 하면 세느강이 흐르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 쇼핑을 연상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휴가를 보낸다.

 

▲ 프랑스 농촌 풍경. ⓒ송재호

 

▲ 프랑스 농촌 풍경. ⓒ송재호

프랑스 조사기관 SOFRES에 의하면 프랑스인 90%가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고 그중 30% 정도는 농촌관광을 선호한다고. 프랑스 농촌관광 시장규모는 전체 관광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농업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농촌관광을 주목하면서 모범으로 삼을 만한 곳이 바로 프랑스의 지트(Gite)이다. 지트는 ‘프랑스형 농촌민박제도’로 프랑스 정부가 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농촌을 살려 이농현상을 막고 농촌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국가주도의 지역발전정책이다.

  1955년 ‘국가의 대여민박제도’로 시작된 지트는 연 숙박일수 3천5백만일, 연 매출액 12억 유로, 프랑스에만 5만6천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농촌체험형 관광숙박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지트는 프랑스 농촌관광의 상징성을 넘어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자국의 고유한 지역문화를 체험하는’ 공동 숙박브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1년에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지트 코리아’가 도입되었다.

  프랑스 지트협회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하고 엄격하게 회원을 관리하고 있다. 지트협회 직원 400명이 전국 각지의 지트를 방문해 질적 수준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매년 2천명 정도의 회원이 협회의 규칙을 어겨 퇴출된다. 네트워크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화와 공동 품질관리, 공동마케팅이 바로 지트가 갖는 강점인 것.

  지트는 임대전원주택, 임대용 방, 야영지, 아동·청소년 전용 지트, 휴게소 지트, 레저용 지트 등 총 6개의 형태로 운영되고 이들 지트는 다시 각각 품질에 따라 4~5개 등급으로 나뉜다. 프로그램은 전통식사, 포도주 시음, 우유짜기, 치즈 구입 등 낭만적인 농촌생활이며, 사이클링과 승마 등의 활동적인 것들도 있다. 지트 종사자만 4만5천명이 넘고 숙박인원의 약 20%가 외국인, 재방문율은 80% 수준이라고.

▲ 지트  표지들. ⓒ송재호
▲ 지트  표지들. ⓒ송재호

  파리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시간 반가량 달려간 Chatel Chehery 마을. 프랑스 샴페인의 원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100세대 정도가 옹기종기 모인 프랑스의 전형적인 농촌으로 4대째 살고 있는 지트 회원 농가민박을 찾아갔다. 

▲ Chatel Chehery 마을 전경. ⓒ송재호
▲ Chatel Chehery 마을 표지. ⓒ송재호

 

▲ Chatel Chehery 마을 입구. ⓒ송재호

 

▲ Chatel Chehery 마을 농가민박. ⓒ송재호

농가민박은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알뜰하고 맛있게 차린 저녁식사, 주인 내외분과 우리 일행 6명이 식탁에 자리했다. 안주인이 직접 만든 프랑스 요리들이 순서대로 나오고 바깥어른은 아껴두었던 포도주 한병을 가져온다.

  얼마나 감칠 맛이었던지 ‘한병 살수 없느냐?’고 하니까 규정상 ‘안된다’고 한다.   바깥어른이 자주 식탁을 뜬다. 포도주도 한모금만 하고, 안색이 안좋다. ‘편히 하시라’고 하니, 자신이 ‘대장암이라 한곳에 오래 앉아있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양해해 달라’면서.

  ‘우리 일행은 괜찮으니 그냥 들어가서 쉬시라’고 해도 저녁식사가 다 끝날 때까지 함께 한다.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그것도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는 의연함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그 힘든 몸으로 ‘저녁식사는 주인이 직접 호스트해야 한다’는 Gite의 관행을 지키려고 하는 장인정신이랄까 손님을 정성으로 접대하는 호스피털러티에 또 다시 감격했다. 프랑스의 한적한 농촌에서 2시간여 그 짧은 저녁식사 자리가 삶의 의미와 의의를 모두 말해주고 있었다.  

 

▲ 지트 농가민박 내부. ⓒ송재호

 

▲ 지트 농가민박 내부. ⓒ송재호

 

▲ 지트 농가민박 내부. ⓒ송재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더욱 격화되는 국제통상전쟁으로 농업이 위기와 해체의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농업을 살리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주춧돌로 삼기 위해서는 농업에 소위  ‘격(格)’을 붙여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농업공장을 만들고 농업을 서비스화하는 것이다. 생산하는 1차 농업, 식품으로 가공하는 2차 농업, 유통 관광 등 서비스화된 3차 농업, 이렇게 1차, 2차, 3차가 다 합해진 새로운 차원의 6차 산업으로 농업을 키우는 것이다.

  농촌의 전원과 농업에 국민관광을 융합하는 이른바 농촌관광(Green Tourism)은 농촌을 살리고 업그레이드하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업을 살려 사람들이 농촌마을에 머물게 하고 그런 기반 위에서 농업의 서비스화를 통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붙잡아서 체류하게 하는 지역, 그것이 농촌관광이다. 농촌관광은 관광소득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고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로 바로 전달되는 지역사회와의 통합성 때문에 더욱 의의가 크다.

  

▲ Chatel Chehery 마을 트레일. ⓒ송재호

 

▲ ⓒ송재호

 

▲ 묘한 대비를 이루는 실제 마을성당과 그 앞 식당에 걸려있는 성당 그림. ⓒ송재호

 제주에서 농촌관광이 성공하려면, 유념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대상, 즉 누가 오냐는 것이다. 서울이나 대구, 부산 같은 대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외국인이 비행기 타고 제주에 농촌관광하러 온다? 이것은 아니다. 강원도나 전라도나 충청도는 대도시에서 가깝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그래서 비용도 많이 안 들고 하루나 이틀 농촌 체험하면서 옛날 고향의 추억을 살리는 형태의 농촌관광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는 조건이 다르다. 제주의 농촌관광은 육지부의 그것과는 개발의 방식과 관광의 내용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농촌관광은 이른바 비행기 타고 오는 것이다. 농촌체험만이 아니라 그것에 부가되는 어떤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관광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제주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세계인의 보편성에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제주의 그린 투어리즘은, 예를 들어 슬로시티 같은 컨셉이 가능하다. 빠르게만 가는 현대문명과는 반대로 제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느리게 돌아가는 지역, 깨끗한 공기, 좋은 물, 아름다운 바다, 친환경 건강 농산물, 명상관광지 이런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곳, 시간을 잊는 지역, 핸드폰이다 뭐다 현대인을 짜증나게 하는 물질문명을 배격하는 지역, 제한속도도 지금보다 더 늦추고 보다 더 많이 걷게 하고 그래서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는 곳, 이런 컨셉을 가지고 마을관광을 하자는 것이다. 다른 곳과는 다른 제주형 모델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 주의할 것은 농업을 그만 두고 다 관광을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촌관광은 우선 농업을 확실히 살리고 그 바탕위에서 농업 외 소득을 더 부가하자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 주의할 것은 농업을 그만 두고 다 관광을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촌관광은 우선 농업을 확실히 살리고 그 바탕위에서 소득을 더 부가하자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 Chatel Chehery 인근 가보고 체험할 만한 곳을 설명해 주고 있는 민박 안주인. ⓒ송재호

 프랑스의 지트는 농촌관광의 측면에서 제주농업을 업그레드하기 위한 의미있는 정책대안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프랑스는 사회투자 측면에서 관광사업에 접근한다.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Cheque Vacance 제도를 도입, 저소득 근로자층, 노년층, 청소년층과 같은 관광 향유기회가 적은 대상에 대하여 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생활관광 복지관광 사회관광을 통해 여행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와 고용을 동시에 활성화하고 있다.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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