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둬 제주도에 비상이 걸렸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제주도 사이에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인맥이 도통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홀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현안 해결 및 공약 실천에도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가야할 지 제주도와 집권여당의 역할 등을 집중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3>  '코드 맞추기' 머쓱...평소 체계적 인맥관리 절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우근민 제주지사
파아프라인 실종으로 가장 다급해진 곳은 제주도정이다. 산적한 현안을 인수위 쪽에 전할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도청 안팎에선 벌써부터 "향후 5년 제주도정의 앞길이 막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선5기 우근민 도정은 이명박정부 5년동안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국가 예산을 확보할 때나, 지역 현안 해결을 건의할 때마다 우 지사의 과거 중앙 인맥에 기대는 측면이 많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중앙 정계나 관료 사회는 이미 상당부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더구나 제주 출신 국회의원은 전부 민주통합당 소속이어서 중앙 무대와의 직접적인 끈은 가늘대로 가늘어졌다.

지난 4년 제주도정이 국가 예산 확보에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만큼 도청 공무원들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결과였다. 지난해 배정된 4.3 예산을 정부가 끝내 집행하지 않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제주홀대론'과 함께,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제주출신 원희룡 전 의원이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던 시절의 일화는 '끈 떨어진' 제주도정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2010년, 이듬해 정부 예산안 편성 시기를 전후해 원 사무총장실은 제주도청 간부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도청 공무원들이 부처를 들락거리는 일은 여느해나 마찬가지였지만, 당시는 부처가 아닌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실이 타깃이었다. 찾아갈 곳이 사무총장실 말고는 마땅치 않았다는 얘기다.  

가교역이 없다는 것은 예산도 예산이지만, 지역 현안 해결에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물론, 각 부처에서 파견한 공무원 51명 중 제주출신은 한명도 없다.

중앙정치 무대를 경험한 A씨는 "그러잖아도 도세가 전국 1%에 불과한 마당에 제주와 감(感)을 공유할 인사가 전무하다는 것은 제주도엔 치명적"이라며 "선거기간에야 지역공약을 숱하게 쏟아내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엔 얘기가 달라진다. 알아서 챙겨주기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우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코드'를 맞추려 무던히 애를 썼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제주도가 처한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 지사는 대선 다음날 "당선인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말씀사항을 파악해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등 제주도 차원에서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고 했고, 직접 '코드'란 표현을 써가며 곧 출범할 새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폈다.

지난 8일 단행된 정기인사에선 각종 억측을 무릅쓰면서 6개월 한시기구인 민생시책추진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드를 맞추려 해도 마땅한 통로가 없어 우 지사의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제주도는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공약을 관리하는 부서 관계자는 14일 "지역 공약은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난 상태라 인수위나 파견공무원단에 해당 지역 출신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그 공약을 더 챙기거나, 반대로 출신 공무원이 없다고 홀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인수위가 현 정부의 국정 현안과 당선인의 공약 점검 외에 새로운 정책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각 부처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도 공약은 체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업무 보고 과정에서 제주 공약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몰라 은근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에 함구령을 내렸다가 나중에 '선별 공개'로 돌아섰지만 공개 주체가 인수위여서 제주 공약이나 현안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알 수 없어 조바심을 내고 있다.    

제주도는 금명간 박 당선인의 제주 공약을 우선순위별로 정리해 해당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제주 현안이 제때 해결될 수 있도록 인수위 활동 기간에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도백의 과거 인맥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입장에서 평소 체계적인 인맥 관리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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