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 칼럼> 특별법·에너지공사 외면하고 ‘막대한 이권’ 안겨주려는 이유 뭘까?
  
 제주의 보물이자 제주도민의 공공자원인 ‘바람’이 일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통째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육상풍력발전단지에 대한 제주도의 지구 지정이 이루어지는 대로 이들 대기업들은 기간 제한도 없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내에서 풍력발전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2009년 122억원에서 2010년 272억원, 2011년 395억원이다가 작년에는 489억원에 이른다. 삼다수가 2011년 298억원에 이어 지난해 394억원의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바람의 가치가 얼마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제주도가 제주도특별법의 관련 법규와 풍력발전에 관한 제주도의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를 저버린 채 대기업들의 구미에 맞도록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특별법은 제주도지사가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하고, 도 조례는 도지사가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제주도의 풍력은 공공자원이고, 공익을 우선으로 개발․이용해야 하며, 개발이익도 도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입법취지를 제주도가 외면했음을 알 수 있다.

 

▲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제주도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풍력발전 지구 지정을 유보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길도 마련되지 않았고 현재 풍력발전사업을 신청한 대기업들의 이용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김우남 의원이 ‘풍력자원 개발대금 부과 및 에너지관리특별회계’ 설치를 위한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았다. 개발이익 환수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도민들이 풍력자원을 통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사업자들의 선의에 기대어 ‘기부금’ 형식의 돈 몇푼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용기간과 관련해서는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기간 그 채취,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120조 1항)이 있다. 풍력발전 관련 조례를 개정해 이용기간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15~20년이 지난 뒤 발전설비가 낡아 기기를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할 때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지하수 관리 기본조례도 지하수 사용기간을 2~5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기간 연장 때 연장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돼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법적으로 마련되고, 풍력발전 조례를 개정해 육상풍력단지의 이용기간을 명문화한 뒤로 지구 지정을 미뤄야 한다.

 둘째, 제주에너지공사를 통해 제주도가 풍력발전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를 개발해 공익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 6개 지역에 신청한 대기업들은 해당지역의 땅 주인과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만 부지 임대료를 지급할 뿐 도민들이 풍력자원으로 얻는 이익은 전혀 없다. 부지 임대료 외에 나머지 수익은 전부 대기업 차지다.

 제주도는 육상풍력의 보급목표를 300MW로 조정한 뒤 현재 가동중이거나 허가를 받은 106MW와 새로 허가될 146MW 외에 50MW 정도를 에너지공사가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풍력발전단지 주변 마을을 신재생에너지특화마을로 지정해 3MW 규모의 풍력발전을 허용하게 돼 있다.

이미 행원리에 2MW의 발전기가 들어섰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특화마을에 해당되는 15개 마을이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육상풍력에서 에너지공사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제주도는 또 해상풍력 보급목표 2기가와트(GW) 가운데 한림해상풍력 150MW와 대정해상풍력 200MW 외에 2020년까지 1단계 650MW와 2030년까지 2단계 1GW를 에너지공사 주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육상풍력의 개발가치는 1MW당 31억원으로, 해상풍력 16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높게 평가되는 등 경제성은 매우 월등한 데 비해, 발전소 건설비용은 육상풍력이 1MW당 25억원, 해상풍력은 56억원으로 조사됐다. 에너지공사가 해상풍력보다 초기비용이 덜 들고, 경제성도 확실한 육상풍력은 포기하고 해상풍력에 집중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없다.

 에너지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공사’가 ‘공단’의 역할인 발전시설 관리만 하고 있는 점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공사 설립을 위해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도민의 87.8%가 ‘지방공기업’이 풍력발전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도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응답한 사실을 기억하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정책판단을 해야 한다.

 셋째,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애초 절차에서부터 심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구미에 맞춘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온당한 행정절차라면 제주도가 먼저 풍력이 풍부한 지역 가운데서 환경과 경관 등을 고려해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한 뒤 사업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번 경우 대기업들이 먼저 지역을 선택해 신청하고 이를 풍력발전지구로 지정한다는 점이다. 선후가 뒤바뀐 희한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다.

 거기다 제주도는 애초 공고와는 달리 대기업들이 신청한 대로 규모를 키워주었다. 또 조례가 정한 환경․경관․문화재 등 중요한 조건들은 아예 심의항목에서 제외해 사업자들의 편을 들고 나섰다.

 제주도는 2011년 12월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후보지를 공모하면서 발전 규모를 ‘85메가와트(MW) 내외’로 한정하고 “보급목표를 초과 신청된 경우에는 평가결과 순위에 따라 선정”한다고 밝혔다가 막상 지난해 7월 심의 때는 6개 지구에 신청한 146MW를 전부 의결해주고 말았다.
 ‘85MW 내외’라는 규모는 공모 당시까지 육상풍력의 보급목표가 200MW였기 때문에 현재 가동중이거나 허가를 받은 육상풍력 규모를 제외한 용량이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육상풍력 용량을 200MW에서 300MW로 변경시켰다. 이때는 기업들이 이미 신청을 끝낸 상태여서 신청한 규모에 맞추기 위해 뒤늦게 용량을 변경한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 고희범(전 한겨레신문 사장, 전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

 오죽하면 환경단체의 조사요청에 따라 감사를 벌인 감사위원회가 “당초 공모내용과 다르게 풍력발전사업심의위원회에서 발전용량을 확대하여 심의․의결함으로써 특혜 논란을 가져왔고 행정의 신뢰를 실추한 책임을 물어” 공무원들을 징계했겠는가.

 이처럼 부적정하게 진행된 업무 처리에 대해 시정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주도는 그대로 지구 지정을 강행할 태세다. 우리는 자본이나 기술력은 별로 없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풍력자원을 갖고 있다. 제주도가 이런 자원마저 서둘러 대기업들에게 넘겨버린다면 특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제주도가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고희범(전 한겨레신문 사장, 전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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