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환 이니스프리 팀장 "자연주의 컨셉, 제주와 딱 들어맞아"

"개발 아닌 제주가 가진 참 매력으로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

28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제주의 자연주의 화장품-디자인이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개최된 '2013 코스메틱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한 한·중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황승환 이니스프리 팀장이 제주에 건넨 조언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00년 (주)아모레퍼시픽에서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 컨셉을 지닌 브랜드로 론칭했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10년 동안 그닥 눈에 띄지 못했다. 업계 5~6위에 머무르며 연간 최고 매출액이 700억 정도였다.

▲ 황승환 이니스프리 팀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황 팀장에 따르면 2009년부터 헤리티지(Heritage)를 제주로 삼으며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된다. 2010년 이니스프리는 (주)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에서 단일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탄력 받은 이유도 있다.

그는 "이니스프리는 섬이라는 뜻의 '이니스'와 자유의 '프리'가 합쳐져 청정 자연을 담아 피부의 휴식을 주는 자유의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청정 자연이 숨 쉬는 제주는 이니스프리에 알맞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원료 공급은 물론 '제주'의 이미지를 내걸고 2600억의 수익을 올렸다. 3년 동안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니스프리와 제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 제품 포장지 겉면에 제주의 원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써 넣었다. <사진 제공=황승환 팀장>

디자인 콘셉트나 경영 철학 등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연주의'를 컨셉으로 내세웠다. 과장하지 않고 절제.반복.개선으로 자연의 소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스마트그린 디자인'이 이들이 내건 기치다.

전국 이니스프리 매장은 650여개. 매장이야말로 친환경 이미지를 고객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겼다. 또한 아무리 작은 매장이라도 제주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벽면에 전시 공간을 갖추게 했다.

▲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제주에서 공수한 나무로 벽면을 꾸몄다. 건조하고 칙칙하던 매장이 촉촉하고 생기를 띠게 됐다고 황승환 팀장은 설명했다. <사진 제공=황승환 팀장>

황 팀장은 "단순히 디자인만 신경 쓰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로 제주에서 자라는 나무 수종을 가져다 벽면을 꾸몄다. 여의치 않은 곳은 화분으로 진열했다. 고객들이 '제주에 이런 것들이 있구나', '제주 어디서 이런 원료를 가져다 썼구나' 걸 믿을 수 있게끔 버려진 삼나무 목재로 제주 섬 입체 지도를 만들어 걸었다. 매대에는 곶자왈 모형을 꾸며 실제 느낌이 나도록 했다. 매장에서 제주 이야기를 볼 수 있게끔 제주스토리존은 아무리 좁은 매장이라도 꼭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내에서도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공병 수거해 판촉용 오브제를 만드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황 팀장은 "버려지는 감귤껍질이나 해초로 종이를 만드는 전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제품에 필요한 원료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로 종이를 만들었다. 제주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지속가능한 친환경활동이니 기업 차원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 매장 내부에 제주에서 버려진 삼나무로 입체 지도를 만들어 걸었다. 친환경적인 느낌은 물론 제품에 쓴 원료가 제주 어디서 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제공=황승환 팀장>

 

▲ 제품 원료로 쓰고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제품 포장지. 매장에 전시해 고객들이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도왔다. <사진 제공=황승환 팀장>

서울 출신인 황 팀장에게 제주는 어쩌다 한두 번 여행 오는 곳이었을 뿐 별다른 이미지를 갖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는 '개발'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 제주에 와서 참 매력을 발견하자 제주홍보대사라 불릴 정도로 제주 알리기에 한창이다.

이들이 제주에 막 왔을 때는 이니스프리 대표 비주얼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만들었다. 제주 자연의 참 매력을 알아가면서 생각도 바뀌었다. 

그는 "제주의 제대로 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자. 제주에 계시면서 제주를 찍고 있는 사진작가들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제주를 담고자 하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황 팀장은 "지역에 와서 산학협동으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지난 2011년도에 제주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과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니프스리는 오는 4월에 제주시 대정읍에 위치한 서광다원 인근에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가 정식 오픈한다.

황 팀장이 "인근에 곶자왈도 있고 올레길과도 연계해 이곳에서 제주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갈 수 있게 채워넣었다. 내외부 디자인 모두 자연을 담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화장품도 판매되지만 먹을 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너뷰티 또한 중요하다 여겨 제주 식재료를 이용해 잼, 차, 꿀 등을 판매한다.

또한 제주뒷다리소세지, 흑돼지삽결살샌드위치, 제주 원료로 된 먹을 거리 메뉴를 개발했다. '내가 바르는 원료가 먹을 수 있는 원료이기도 해서 믿고 먹을 수 있겠구나'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 오는 4월에 오픈하는 이니스프리 제주 홍보관 전경. <사진 제공=황승환 팀장>

제주에 온지 3년차, 이니스프리는 제주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황 팀장은 "10년 동안 700억 밖에 팔지 못하던 브랜드다. 헤리티지를 선언하고 원료와 이야기 디자인 모티브 소스 모든 것을 제주에 통합하는 작업을 3년 간 했다. 아직도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제대로 된 제주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것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의 진짜 좋은 모습을 고객에게 전달돼서 그들이 제주하면 떠오르는 진정성있고 깨끗하고 우리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청정한 섬이라는 걸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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