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혈에서 대제를 봉행하는 모습. 초헌관 머리에 쓴 관모로 보아 조선시대로 추정된다. <사진출처=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
양씨종친회, 제주도-삼성사재단 상대 소송 "고씨 아닌 양씨가 먼저"

제주도 원주민의 발상지인 '삼성혈'(三姓穴)의 역사를 두고 고․양․부 종친회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60년간 묻혀둔 갈등이 이사회 결의를 기점으로 폭발하면서 제주도까지 소송전에 휘말렸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안동범)는 18일 오후 2시 양씨중앙종친회가 제주도와 재단법인 고․양․부 삼성사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양씨와 고씨 종친회간 역사 의식 문제다. 발단은 1962년 단행된 삼성사재단의 명칭 변경에서 비롯됐다. 또 2012년 이사회 결의는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소송의 배경이 된 삼성혈은 제주시 이도동에 위치한 사적 제134호이자 제주도 원주민의 발상지다. 고(高)·양(良→梁.)·부(夫)씨의 시조인 세 신인(神人)이 솟아났다는 신화 속 구멍이기도 하다.

매해 삼성혈에서는 제주도지사를 초헌관으로 하는 건시대제가 열린다. 과거 국가제사로 지내다가 현재 고·양·부 삼성사재단 주관으로 제주도제로 봉행하고 있다.

당초 고·양·부 삼성사재단의 명칭은 ‘삼성시조제사재단’이었다. 1962년 재단은 기존 재단법인 명칭을 ‘고․양․부 삼성사재단’으로 변경했다.

▲ 제주시 이도동에 있는 사적 제134호이자 제주도 원주민의 발상지인 삼성혈. 삼성사재단 명칭과 한국기록원 인증서 문제 등으로 양씨 종친회와 재단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진자료>
이어 1965년에는 ‘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으로 법원에 정식으로 등기했다. 이에 양씨 종친회는 3공화국 시절 불법으로 고씨 명칭이 앞으로 배열되도록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급기야 1986년에는 ‘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 등록을 취소해달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후 잠잠하던 논쟁이 2012년 4월 재단 이사회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사회가 ‘재단명칭이 고․양․부 삼성사재단임에도 한국기록원의 인증서에는 양․고․부 순서로 표기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인증 취소를 결의했다. 이에 양씨 종친회가 다시 발끈했다.

고서인 고려사와 탐라기년에는 삼성혈 역사를 ‘양․고․부’로 서술하고 있다. 반면 영주지와 탐라지에는 ‘고․양․부’로 명시돼 있다. 역사책마다 고씨와 양씨의 순서가 다른 셈이다.

결국 2012년 8월 양씨중앙종친회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피고는 국가가 아니라 제주도”라며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재배당했다.

▲ 2012년12월 사적 제134호인 제주시 삼성혈에서 열린 탐라시조 건시대제. <제주의소리 사진자료>
소장에서 양씨종친회는 ‘고․양․부 삼성사재단’의 명칭에서 성씨를 빼고 ‘삼성시조제사재단’으로 변경하고 한국기록원의 인증서에 대한 이사회의 취소 결의를 무효할 것을 주문했다.

또 양(梁)씨가 사성(賜姓)된 성씨라는 이사회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할 것도 요구했다. 사성이란 임금이 성이 없는 신하에 성씨를 새롭게 만들어 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씨종친회는 “상당수 역사책에는 양․고․부 서차로 돼 있음에도 고씨 종친회가 이를 부인하며 고․양․부를 주장하고 있다. 재단 명칭에서 고․양․부를 빼고 삼성시조제사대단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기록원의 인증서에 대한 취소결의와 애초부터 존재했던 양씨 성을 임금이 새롭게 하사한 성씨로 결의한 것은 잘못인 만큼, 이사회의 결의는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양․부든 양․고․부든 재단 명칭은 내부적으로 결정해 법원에 등기하면 될 일”이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적절한지는 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씨와 고씨의 표기순서 때문에 갈등은 빚는 것은 안팎으로도 보기좋지 않다”며 “종친회와 재단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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