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2박3일. 친구들과의 특별한 사진여행기 1

친구들과 함께 했던 2박3일의 아주 특별했던 사진여행.
여행 중에 그들이 나에게 선물해준 감동으로 일주일을 살고 있다.
감동이란 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인생에서 감동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나 정도의 시간을 살아보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알면서도 잘 할 수 없는 일.
감동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일이다.

내가 여행 중에 친구들에게 주었던 미션.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포토에세이를 만들 것.
큰 주제는 '자연과 하나 된 나'
작은 주제는 친구들에게 정하라고 했다.
예를 들면 자연 안에서 '용서하는 나' '화해하는 나' '사랑하는 나' .....
놀라운 것은 친구들이 2박3일 동안 한 순간도 사진기를 놓지 않고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는 것.
갇힌 공간에서만 찍다가 넓은 자연의 품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혁명이였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순간, 순간의 감정을 예민한 촉수를 세우고 더듬으려 한다.

제주에 도착한 그들의 마음은 이미 쏟아져 내려서
찬란한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벛꽃 잎들이 낙화하는 아름다움을 닮아있었다.
2박3일간 친구들은 놀라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공간의 확장이 그들에게는 시각의 확장으로 시각의 확장은 그들에게 생각의 확장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감을 보았다.

▲ ⓒ김햇님

드넓은 초원을 보니 같이 동행했던 작가들이 갑자기 펄썩 누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진기를 들고 있는 풍경을 햇님이는 놓치지 않고
놀라운 시각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의 사진은 거칠면 거친 대로, 미끈하면 미끈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어느 사진 한 장 버릴 것이 없었다.

▲ ⓒ김햇님

4년 동안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 자연 안에서 그들은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스스로 풀어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발랄하고 선명하고 유쾌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10대.
그 뒷면에 그들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마음속 고통은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슬픔이나 기쁨이라는 감정은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풍화되어버리는 감정들이지만
깊게 베인 고통이나 상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풍화되어지지 않는다.
이번 여행이 음지 속에 묻어두었던 그들의 상처나 고통들을 양지로 끌어내서 발효를 잘
시켜 그들의 삶에 있어 오히려 푸르게, 푸르게 빛났으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고현주 사진가는 제주 서귀포가 고향입니다. 사진가인 삼촌덕분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쥐게 됐습니다.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꿈꾸는 카메라>는 2011년 6월 8일부터 2012년 7월 19일까지 프레시안에서 연재됐던 것을 고현주 작가와 프레시안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서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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