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법 1년] (3) 협동조합 맏형 ‘한살림’ 체험기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민간 협동조합을 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제주의소리>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제주지역의 협동조합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지, 또 제주 사회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델로 나아가야하는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편집자 주>

▲ ⓒ한살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전에는 8개의 개별법(농업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새마을금고법, 소비자생활 협동조합법)이 있었다.

소비자생협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합들은 무늬만 협동조합이지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은 제대로 된 의미와 가치의 협동조합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민간은 누구나 설립할 수 있고, 최소 발기인 수가 100~1000명이었던 것을 5명으로 축소하고, 시도자사의 신고와 설립 등기만 거치면 되도록 설립 절차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사실 개별법과 협동조합기본법 전에도 협동조합 운동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법률의 한계로 운영은 협동조합 방식이더라도 법인격은 주식회사, 유한회사, 개인회사 혹은 사단법인으로 유지해와야만 했다.

1986년 부터 협동조합 운동을 해 온 한살림도 원래는 민법에 의한 사단법인이다가,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통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됐다.

작은 쌀가게에서 시작한 한살림은 현재 36만여 가구의 소비자 조합원, 2000여 세대의 생산자 조합원들을 보유한 생활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연간 2500억원 규모의 친환경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다. 제주지역 조합원들도 3200여명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확장시켰는지 직접 한살림 매장 안으로 들어가봤다.

조합원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가게

▲ 한살림 매장 내부에는 이런 안내판이 달려있다. ⓒ제주의소리

시내를 걷던 중년 A씨의 눈에 ‘한살림’이라는 가게가 들어왔다. 언뜻 여기서 친환경 로컬 음식을 판다는 얘기는 들었었다. 인스턴트를 입에 달고 살며 몸이 자꾸 아픈 그는 뒤늦게나마 웰빙인으로 거듭나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맘을 먹고 안에 들어가 문을 열었다.

들어가보니 문구가 하나 눈에 띤다. ‘한살림 매장에서는 법적으로 비조합원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입된 조합원이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단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일반인들은 못사는 건가? 무슨 비밀조직이라도 되는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한 직원이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설명을 시작했다.

한살림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란다. 스마트 폰으로 급히 ‘생활협동조합’을 검색해봤다. ‘직거래로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공급하는 유통조직’이라고 떴다.

‘우리가 소비할 것을 우리가 돈을 모아서 직접 거래를 한다’는 개념이라서 조합원들만 누릴 수 있단다. 가입비는 3만원. 곧 출자금이다. 탈퇴할 때는 돌려준단다.

돈을 꺼내기 전 조합원으로서 얻는 이득이 뭐냐고 물었다. 

가장 핵심은 한살림은 조합원이 아니면 매장이나 서비스를 이용을 못한다. 한살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법적으로 생협 법상으로 사업범위는 비조합원에 포함이 안된다. 기본적인 개념 자체가 '우리'가 돈을 모아서 '우리'가 소비할 것을, '우리'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안 모은 사람은 이 시스템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가입만하면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가치'와 '개념'을 공부해야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뭐 돈도 내는데, 공부까지 해야한다고?’

“조합원들이 소비자고 주인인데, 여기 가입해서 그냥 이용만 한다는 거는 조합원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어요. 한살림 조합원으로서 한살림의 가치에 동의하고 참여하고, 그 참여의 매개는 먹거리 소비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이런 개념인데 그런 이해 없이 여기 가입을 하면 조합원들이 어떻게 되냐 하면 대형마트 가듯이 생각하게 돼요. 왜 한살림이 이런 식의 유통을 하고 있는지 이런 이해가 없게 되는거죠. 한살림 같은 경우는 한국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한다는 입장에서 이 사업을 시작한거에요”

한살림을 처음 이용하면 적응이 잘 안된다. 상품 수도 적다. 사실 ‘불편’하다. 하지만 본래 철학과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불편은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굼뜨거나 구닥다리’같다는 비판도 종종 받는다. 오히려 ‘원칙적이네!’하고 찾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농촌 살리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 얻고

▲ 한살림 노형 매장 외관. ⓒ제주의소리

대표적으로 어린이집들이 최근 친환경급식이 의무화되자 한살림을 많이 찾게됐다. 자체 감사에서 ‘친환경’ 기준에 맞는 식품을 모아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한살림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물어봤다. 매장에 들어온 물건 들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주문·배달 시스템도 동시에 작동한다. 수요만큼만 산지에서 수확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배송을 한다.

“마트식 배달이 아니라 4~5일씩 지역에서 주문한 내용을 모아서 실시됩니다. 이 수요를 중앙 한살림에 다시 모으는 거죠. 그렇게 농촌에 전달합니다. 그래서 소비자 조합원은 매일 주문은 안되고 1주일에 1~2회만 주문이 가능해요. 결국 ‘계획적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럼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다.

“사실 일반마트에서는 충동구매를 하기 마련이에요. 뭘 해먹을까 생각없이. 그러나 여기서는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야만 하죠. 식단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 수 밖에 없죠”

그런게 왜 필요하냐고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생산자 측면에서는 연간 생산·소비계획을 작성합니다. 품목별로 생산의향 조사를 하는거죠. 그리고 소비량을 제시합니다. 서로 물량 조절을 하는 거죠. 그런 과정에서 생산물량과 가격합의가 되는 거고. 각 지역구매담당자들이 협상안을 만들고 머리를 맞대 농산물 가격이 ‘이 정도는 되야겠다’고 제시합니다. 물론 당연히 생산비+이윤이 보장되는 선이죠. 여기서 이윤은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영농이 될 수 있는 만큼이죠. 그럼 어떤 이익이 있냐하면 채소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제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되죠. 계획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가 마련되고,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 한살림 매장 내부. ⓒ제주의소리

그냥 가게가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들도 한다고?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한살림 운동과 사업에 참여하고 직접 기획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직접 원산지 모니터링단에 참여할 수 있고 각종 강좌나 프로그램들 진행하는 권리도 생긴다.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한 강좌가 열리기도 하고 조합원들끼리 공모전도 연다. 외국 협동조합과 교류도 갖고, 토론회가 열리고, 캠프도 진행된다. 된장담기를 같이 하거나 요리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조합원에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제주에서는 현재 식교육 강사과정 프로그램도 열리고, 난로 기술 강좌도 진행되고 있다. 독서토론회도 열린다. 공동체 회복은 농촌 생산자 뿐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자연스런 현재진행형이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