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법 1년] (4) 인터뷰-강순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민간 협동조합을 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제주의소리>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제주지역의 협동조합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지, 또 제주 사회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델로 나아가야하는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편집자 주>

전세계에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 경제 체제로 주목받고, 대한민국도 여기에 동참하는 시대. 이 흐름 속에서 '제주 협동조합 생태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 잘 설명해줄 만한 이를 찾았다. 제주 한살림 상무이사이기도 한 강순원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다.

강 이사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가 공공적인 재정지출에 의존하는 제주사회에서, 그 사업을 따내는 사업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외자유치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 대신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 다시 지역민에게 이익이 환원된다는 강점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협동조합이 제주사회에 왜 필요한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공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 의미와 가치를 몰라서는 협동조합의 강점이 발휘될 리 만무하다는 것. 또 협동조합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고민과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이 제주에 왜 필요한지 먼저 공유해야”

 

▲ 강순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한살림 제주 상무이사. ⓒ제주의소리

- 협동조합 조성 붐이 일고 있는 건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제주도도 관련 조례가 제정되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이를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민'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관'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지자체의 협동조합 관련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우선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지금은 위에서 지시하는 지침에 의거한 협동조합 지원 정책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이게 힘을 받지 못합니다. 실효성이 의문시되죠. 우선 이번 1년 어느 정도 내부 숙성기간을 거쳤다면 내년부터는 제주지역에서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의미들을 정책적 측면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고 공유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 가치나 의미들?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의미죠?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제주는 공공적인 재정지출에 의존해서 경제가 돌아가잖아요. 여기서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냐 하면, 이것들을 통해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요. 우리 세금으로 경기부양이 됐으면 그 분배도 세금을 낸 사람들이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제주같이 공공지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그래야 공평한 겁니다. 그것들이 안되다 보니 사업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줄 대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 경제구조에 대한 논리를 내년에는 의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외자유치 중심 대자본 중심의 개발정책, 관점 이런 것들에 대해 도민의 자본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가 말입니다. 협동조합은 없는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서 사업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지금 ‘도민들이 자본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사람도 없는 건 아닙니다. 60만이라는 도민이 있는데 이런 걸 협동조합으로 어떻게 묶어낼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계량화해서 3.3.3 경제구조로 개편해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민간경제 30%, 공공경제 30% 사회적경제 30%. 이 정도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협동조합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도대체 협동조합이 무슨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까’, 이게 5인 이상 모여서 돈과 힘을 모으면 좋은 조직이 된다는 것하고, 제주사회 협동조합이 꼭 필요한 이유들, 그게 제주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그걸 먼저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한살림이 설탕논쟁을 5년 동안 하고 있어요. 수입산인 설탕을 직접 우리가 취급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그걸 안한다고 했죠. 2002, 2003년에는 명태에 대한 논쟁이 있었어요. 명태가 원양어업이니 이건 원거리 이동이 되는 거다.(한살림은 국산, 친환경 먹거리 취급이 원칙이다) 이 논쟁이 2년 동안 되다가 결국엔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됐죠.

그런 논쟁들이 왜 있냐하면, 협동조합은 그냥 경제적 이윤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같이 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이라서 그래요. 교과서적으로 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 사례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볼로냐나 퀘벡, 이런 지역들이 사회적 가치를 앞에 두고 사람들이 모이고 그걸 통해서 사업단위로 나가기 때문에 성공하는 건데, 우리는 그런 관점보다는 ‘이게 지원을 받을 수 있나’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 개념에 충실해서 접근하기 보다는 협동조합이 가진 어떤 편리성, 그것이 가지고 있는 지원시스템 중심으로 접근을 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접근이 되면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가지기 힘듭니다.

이제 제주도는 정책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것이 협동조합이 제주도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느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또 계량화 하면 여기 사회 총량에서 어느 정도 목표를 잡아야 할 거냐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주대에 제대로 된 협동조합 강좌를 정규강의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미리 고민하면서 올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인력을 양성하고 젊은 사람들 협동조합 판으로 올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안됩니다. 그런 인력 양성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이 사회적, 정책적으로 목표들을 분명히 가지는 것이죠.

또 하나는 여기 있는 사람들에 협동조합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급하게, 개념 없이 그렇게 하는 것들은 문제가 되니 충분한 검토를 해야합니다. 공유하고, 공부하고.

내년엔 이런 것들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자성들이 있어야 해요.”

“협동조합 끼리 협동해야...기본 원리도 모르면서 협동조합 도전은 NO”

 

▲ 강순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한살림 제주 상무이사. ⓒ제주의소리

- 외국의 성공사례가 제주에도 나타나려면, 또 일단 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이 제주에서 경쟁력 있게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우선과제인가요.

“우선 이 사회적경제 진영에 있는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마켓을 만들고 스스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쟁력들을 키우기 위해 모여져야 한다는 거죠. 한살림 노형 매장 내 스토어 36.5(사회적기업 제품 전문 매장)도 그런 시도죠. 한살림 유통조합이라는 조직이 유통과 사업경험이 있기 때문에 연대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을 했죠.

이런 것들이 조금 더 광범위하고 내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포괄적인 지원시스템이 같이 연결이 돼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죠.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소위 우리(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끼리 모여서 시장도 만들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고민들을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통합조례도 필요합니다.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기업 관련법, 마을기업법, 협동조합 관련 법 이렇게 분산되지 말고 통합적인 조례 제정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을 로컬리즘 시각에서 보면서 사회적경제가 지역을 지지해주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법이 그런 관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합니다.”

- 사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이미 컨설팅, 행정적 절차 안내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충분한 간접적 지원이 되고 있지 않냐는 의미기도 한데요.

“서울 지역도 처음엔 연구소(지자체 선정 관리기관) 쪽으로 상담을 많이 가요. 근데 나중에는 연구소 쪽으로 안가고 협동조합 판에 있는 상담소로 옮겨와요. 우선 연구소 쪽은 그렇게 협동조합을 직접 운영하거나 해본 경험이 없어요. 설립까지는 법적인거니까 잘 하는데, 이게 설립하면 잘 움직이고 돈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컨설팅을 다음 단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사전 단계에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실제 경영)에는 한계를 갖고 있는 거죠. 제주지역에서도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는 컨설팅 기능이 필요합니다.

전국적으로 마찬가지인데 협동조합 경험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많지 않아요. 다만 우리 생활협동조합은 일반 여기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조합과는 성격이 다르잖아요. 생협법이라는 개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건데. 그렇더라도 이쪽 진영에 현장에 있는 단위들이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도록 노력을 해야 될 거에요.

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올해 하반기에 그 컨설팅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갖추려고 했는데 아직 역량이 안되서... 네트워크의 내년 역점 목표가 현장 중심 컨설팅이 될 것입니다.”

- 협동조합 붐이라고 할 만큼 올 하반기 들어서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신청, 등록 수가 증가하고 있어요. 제주도 40개 중 30개가 하반기 들어서 생긴 곳이구요. 협동조합 운동을 그 이전부터 쭉 해오신 입장에서 협동조합 판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주변 공감대, 참여자들의 공유,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이냐. 즉 콘텐츠에서부터 분배구조, 운영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살림에서 여행협동조합을 준비 중인데, 우리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이 ‘우리 것들을 받아들일 거냐’하고 주변 시장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 하는데 그게 2년이 걸리고 있어요.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잖아요. 구성원, 조합원들이 참여를 통해서 사업을 함으로서 사업 매출을 많이 올리고, 많이 올라가는 만큼 자기 소득도 올라가고 그런 구조가 되는 거지 협동조합이 돈을 벌어내는 구조는 아닙니다. 지금 협동조합을 통해서 서로 힘을 받는 구조가 되고 있는지 얼핏 봐서는 잘 안보입니다.”

- 기획재정부가 11월 중순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협동조합을 새로 설립하는 이들의 평균 준비 기간은 ‘2.6개월’이라고 합니다.

“고민 기간이 겨우 2.6개월이란 건 말도 안돼요.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서 한살림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경우에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이 안 잡혀있는 걸 많이 봅니다. 사실 형식은 협동조합이되 실제 운영은 주식회사 운영을 하려는 분도 있어요. 협동조합을 왜 협동조합 원칙에 입각해야 된다고 하냐하면 원칙에 입각했을 때 강점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협동조합의 강점을 제대로 모르는 거죠. 그걸 모르고 발현시켜내지 못하면 지속가능하기 힘든 구조인거죠.

그 구조를 명확히 알았을 때 협동조합 강점을 극대화해서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내부 경영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없이 주식회사 논리를 가지고 하면 할 의미가 없는거죠.”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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