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동주 해명도 논란 (2) "내면적 거래, '욱'해서 지어낸 순간적 발언" 설득력 부족 

검찰에 고발 조치된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오히려 여러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10개월짜리 힘없는 시장이라는 동문들의 말에 기분이 상해 (우근민 제주도지사와의) 내면적 거래를 지어내서 표현했다’는 해명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 또다른 논란거리다.

한 전 시장은 11월29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뮤지엄 웨딩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귀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100여명의 재경 서고 동문들이 있었다.

현장 발언은 이랬다.

“내년 6월말이 선거고 저도 내년 6월말까지 임기입니다. 나(우 지사)가 당선되면 너(한 전 시장)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가 서귀포고등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솔직히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 발언이 파괴력을 갖는 건 내면적 거래가 우 지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의 실체가 밝혀진다면 공직선거법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우 지사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면 차기 지방선거에서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차기 지방선거의 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하지만 한 전 시장은 <제주의소리> 보도 사흘만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면적 거래’는 자신이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 동문들 앞에서 거짓을 말하고 위세를 부렸다는 해명을 한 셈이다.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제게 10개월짜리 힘없는 시장이라는 누군가가 던지는 말을 듣고 순간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축사) 과정에서 관중석에서 10개월짜리 시장이 뭘 할수 있겠느냐는 수군거림이 제 시야에 들어 왔고 순간 제가 시장으로 부임 한 후 일부에서 힘없는 10개월짜리 시장이라고 비아냥 대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도 제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이에 저는 순간적으로 내가 힘없는 10개월짜리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이 과정에서 기인된 제가 지어낸 과도하게 표현된 발언일 뿐입니다”

서귀고 동문 중 일부가 자신을 비아냥 거리는데 화가나자, 있지도 않은 도지사와의 거래설을 현장에서 곧바로 지어내 축사를 했다는 것이 한 전 시장의 주장이다.

당시 한 전 시장은 재경 서고 동문회의 초청을 받고 현장을 찾았다. 초청을 받고 모처럼 서울까지 올라온 현직 시장을 향해 동문들이 ‘10개월짜리 시장’이라고 비아냥 거렸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당시 행사장에 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전 시장은 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6시30분쯤 웨딩홀을 찾았고 특별한 환대없이 곧바로 앞 테이블 귀빈석으로 향했다.

축사 도중 들었다는 ‘10개월짜리 시장이 뭘할 수 있겠느냐’는 수군거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단상 앞 테이블에는 문성철 준장과 서우회장, 서귀포 교장 등이 자리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귀빈들이 현직 시장을 향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행사장에는 라운드 테이블 10여개가 있었고 각 10명씩 모두 100여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물리적인 거리상 한 전 시장의 귀에 들릴 정도라면 수군거림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빈정거렸다는 얘긴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한 전 시장이 행사장에 들어올 당시 참가자들과 특별히 이야기가 오가지도 않았으며 '10개월짜리 힘없는 시장'이라는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문 모임의 특성상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며 “동문들이 시장을 향해 비아냥거릴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한 전 시장이 우 지사와의 내면적 거래를 숨기기 위해 거짓 해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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