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과 학생 시험지 빼돌려 장학생, '총장보고' 무시...교육부, 경위 파악 지시

대학생이 교수가 작성한 시험 문제를 빼돌려 성적을 높인 사건이 서울(연세대)에 이어 제주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제주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제주대를 상대로 수의학과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수의학과 본과생인 김모씨는 지난 4월 외과 과목 시험을 앞두고 담당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 얼마후 치러질 중간고사의 시험지 사본을 몰래 촬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과거 ‘과돌이’(근로장학생) 생활을 하면서 교수 연구실의 출입 비밀번호를 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은 평소 중위권이었으나 3학년 본과 진학후 시험에서는 상위권으로 올라 장학금까지 받았다.

문제는 김씨가 A교수의 연구실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A교수는 올해 3월부터 연구실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확인되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이후 김씨가 연구실에 들어가 시험지 사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건이 불거지자 수의학과 교수들은 각자 연구실에 설치된 보안시설의 출입기록을 조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새벽 시간대 특정인이 연구실을 드나든 기록이 확인됐다.

수의학과는 이에 교수회의를 열어 김씨를 출석시킨 후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다른 교수 연구실에 침입한 의혹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은 이후 5월과 8월 교수회의를 추가로 열어 김씨의 시험 전공과목을 F학점 처리하고 1년 유급 결정을 내렸다. 동료 학생들은 무기정학 징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주대 ‘학사관리에 관한 규정’상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학과는 증빙서류를 작성해 총장에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이 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대학측은 학과에서 무기정학 등 징계가 아닌 ‘유급’ 처분만 내려 학생복지과에 보고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대 학사과는 수의학과를 상대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경위파악을 지시했다.

제주대 관계자는 “수의학과에서 학생의 장래 등을 걱정해 징계를 내리지 않고 유급 결정을 한 것 같다”며 “김씨의 부정행위 등에 대해 오늘(18)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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