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명랑의 제주살래] “감귤은 복지다”

서울을 비롯한 육지의 대도시에는 겨울철에 연말연시를 맞아 행정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과 저소득계층 등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향해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복지사업이 있다. 바로 ‘사랑의 쌀’과 ‘사랑의 연탄’ 또는 ‘사랑의 김장’과 같은 이른바 ‘사랑의 땡땡땡’ 사업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따뜻한 제주 남쪽의 으뜸, 서귀포시 남원읍이다. 태어나고 자란 서울에서의 28년과 꿈을 찾던 뉴욕에서의 11년을 후회 없이 뒤로하고 아무런 연고 없이 모슬포에서 성산포까지 7개월을 찾아 말 그대로 보물섬에서 내가 얻은 보물이 바로 ‘남원’이다.

제주감귤의 주 생산지이자 명산지로서 인구 2만의 지역주민은 절대다수가 감귤산업의 종사자이다. 영주십경의 하나인 ‘귤림추색’은 아마도 제주에서도 명실상부한 아름다운 남원의 풍광일 것이다.

제주에 정착하기 전 뉴욕에서 돌아와 서울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며 일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의 많은 현실을 보게 되었다. 그 후 귀농귀촌인으로, 도시이주민으로, 문화이민자로서 제주에 와서 이렇듯 따뜻하고 풍요로운 남원에서의 생활과 함께 그 상징인 감귤을 바라보며 불현 듯 그때의 도시의 소외계층이 떠올랐다. 

‘감귤은 복지다’라는 신념이 생겼다.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우리는 지역도서관에 모여 함께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오직 제주에서 만난 인연들의 격려와 성원과 도움으로 지난해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고 안전행정부의 인증 마을기업으로도 선정이 되어 드디어 ‘사랑의 감귤’ 공급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 안광희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대표.

현재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제주살래’는 남원읍에 사무소와 공동작업장을 두고 서울시의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마을공동체 그리고 많은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사랑의 감귤’ 공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실현을 위해 이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에 동참하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일반 소비자들과도 함께 자신이 구매한 감귤의 십분의 일을 지정, 비지정 기탁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감귤’을 전달하고 있다.

‘따뜻한 제주의 감귤은 뜨거운 사랑입니다’라고 모두가 함께 꾸었던 꿈은 현실이 되었다. / 안광희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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