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주민들에게 반대 문화단체 설명회 기회 제공할 것”

 

▲ 옛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 ⓒ제주의소리DB

제주시 일도1동 칠성로 옆에 위치한 옛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의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이 대화의 통로를 열겠다고 밝혔다.

제주시 일도1동 이성희 동장은 건물철거반대추진위 등 반대 여론들을 감안해 주민들에게 이들 문화단체가 설명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일도1동은 “건물 철거와 신축은 주민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며 “지역주민들의 뜻에 따라서 기존 건물을 보존하는 부분이 맞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주민대다수가 신축을 바라고 있는데 주민들의 뜻이 바뀌지 않는 한 추진은 계속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수산물검사원은 제주 출신 건축가 김석윤이 지난 1977년 현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스타일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고향 제주에는 첫 작품이다. 3년여전 검사원이 이전한 이후에는 빈 건물로 방치돼왔다.

제주시는 경로당 신축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나오자 작년 이 건물을 헐고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등 문화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와 무수한 스토리를 간직한 건물을 오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은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의 해답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미 설계를 끝냈고, 예산 9억원까지 배당받았다. 일도 1동 측은 13일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것이 건축 철거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지, 건물 철거를 철회한다는 방침은 전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제주시 경로장애인복지과 역시 “올해 철거에 신축까지 하는 것으로 예산이 반영됐다”며 “대화는 하겠지만 경로당 신축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시에서 밝히는 주민여론은 지난해 8월 열린 일도1동 자생단체 워크숍에서 나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당시 건물 철거와 신축 찬성이 68%, 보존해야된다는 의견이 25~30%로 나왔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은 “일도1동 소유가 아닌 제주도 소유의 건물, 제주도민의 건물인데 그렇다면 도민들 모두가 참여해 이 건축물의 가치를 논의하는 의사결정모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고 회장은 “경로당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일단 그 건물을 부수지 말고, 제주시민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에서 그 가치와 공공성을 논의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상식적인 절차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태일 제주대(건축학부) 교수는 이 논란을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김 교수는 “김석윤 건축가의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구도심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의 문제”라며 “역사라는 것은 전통가옥과 근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뤘을 때 가치가 빛나는데, 그렇지 않고 과거의 흔적들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수산물검역소는 하나의 근대건축물인데 이것들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제주의 역사도시라는 구도심이 노형이나 연동과 같은 도시가 되어버리는 것”이라며 “리모델링 또는 뼈대를 남겨두고 과거의 흔적을 최소한 남겨두려는 노력들이 있어야만 ‘역사도시’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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