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가운데)이 14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끝내고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재판장, 언론중재 맡았던 최용호 수석부장판사...법원인사까지 겹치면서 사건 ‘기피’

제주도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한동주(59) 전 서귀포시장의 법원 증인심문 도중 공판이 전격 중단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재판부에 어떤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제주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최용호 수석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1시부터 201호 법정에서 한 전 시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고 검찰의 공소사실과 변호인측 의견을 들었다.

현장에는 법원 출입기자단과 공판을 직접 보기 위한 방청객 등 20여명이 몰렸다. 한 전 시장은 후문을 통해 일찌감치 재판장 안으로 들어가 취재진과 마주하지는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자 공판검사는 공소취지를 설명하고 한 전 시장의 발언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참고인 조사의 진술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한 전 시장은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의 발언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지만 정치적 의도가 없는 개인적 발언인 만큼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이 같은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제출후 곧바로 증인 심문을 통한 변론을 진행했다. 한 전 시장 역시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항용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를 재판부와 공판검사에 전달하고 심문을 시작했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재판부가 돌연 심문을 중단시켰다.

공판중심주의인 법원에서 변호인측의 증인 심문을 끊는 상황은 흔치않다. 재판장이 심문 연기를 요청하자 변호인측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용호 수석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대한 언론중재를 내가 맡았다. 변호인측 증거물에 나의 녹취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변호인측이 오히려 변론 재개를 요청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 교체 부분도 있다. 현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며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 다음 재판부에서 사건을 맡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 부장은 지난 2013년 12월23일과 26일 두차례 한 전 시장과 <제주의소리>간 10억원대 손해배상이 포함된 언론중재 사건을 맡았던 언론중재위원회 제주중재부장이다.

본인이 맡았던 언론중재 사건의 재판까지 담당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호인측이 중재부장과 관련한 자료를 증거물로 제출한 것도 재판부에는 고민이 될 수 있다.

물리적 시간도 고려대상이었다. 대법원은 24일자로 부장판사 이하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최 부장은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이동이 예정돼 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할 경우 열흘 내 결심에서 선고까지 끝내야 한다. 짧은 시간안에 법리검토를 마칠 경우,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장의 공판 연기를 검찰과 변호인측이 모두 받아들이면서 결과적으로 재판은 차기 재판부로 넘어가게 됐다. 인사까지 겹치면서 2차 공판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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