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10년 맞이한 제주의소리에 부탁합니다

제주의소리 창간 10주년 원고를 부탁 받는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열쇳말은 '후회'였다.
왜 뜬금없이 후회인가,
남의 잔칫상에 재 뿌리자는 것인가?
아니다.
지금까지 10년을 잘 지내온 그 마음 그대로 앞으로도 10년, 10년의 10년 뒤에 후회하지 않는 제주의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10년이 주는 의미는 크다. 공자님도 10년 주기로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라 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방향일 것이다.
여러 갈래 길이 있는 교차로에서 바른 방향을 잡아 앞으로 잘 나가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10년을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은 이제까지 왔던 길 보다 조금 더 힘들 수 있다.
첫 길은 시작하는 길이라 흔들림 없는 열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는 길은 조금 다르다.
세월을 잘 버텨낸 경력이 든든하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연하지 못한 사고,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자만, 난 이젠 뭐든지 (준비가 없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슬며시 끼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 난 하는 일과 관련한 교육을 실시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두려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날도 그랬다. 늘 하던 내용이었고 교육 자료도 충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당황한 마음으로 교육을 시작한 나는 매끄럽지 못하게 정리를 해야 했다. 오랜 기간 연습했지만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 흐트러져버린 아사다 마오가 된 기분이었다.

그날 밤 난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둔하고 낙천적인 성향이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때 되면 먹고 자는 나로서는 드믄 일이었다.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뒤척이며 나는 수백 번도 넘게 내가 실수 한 교육을 다시 하고 또 했다. 또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제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잘 할 수 있다는 오만.
또 어쨌든 교육을 할 때는 강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의 절정을 듬뿍 맛 본 나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의소리에 이런 부탁을 하고 싶다.

제주의소리여.
이제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마시오.
매 순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제주의소리여.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기준을 지키세요.
여러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 마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 바람섬(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제주의소리

그래서 10년 뒤 , 또 앞으로 10년의 10년 뒤 후회하지 않는 제주의 소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창간 10주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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