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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 정요택 작.
시각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인 정요택이 포착해 낸 바다의 표정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멀게 흩어진 바다가 아니라 아주 가까이, 발 밑에 흐르는 순간들이다.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그의 첫번째 개인전 ‘조우;Flow’다.

정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인 바다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다. 해변가인 한림 한수리에서 태어나 1분이면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곳에 살았다. 슬리퍼를 대충 신고 작살을 들고 문어를 잡았단다.

우연한 조우는 중년이 된 최근에서야 찾아왔다. 처음엔 멀리서 해안을 찍다, 점점 바다 가까이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표정’들이 보였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탄생한 내도동 알작지 바닷가다.

“멀리서는 파도가 들어갔다 나가는 소리만 들리지만 가까이서 촬영을 하다보니 몽돌들에 사람의 표정들이 보이는 거다. 동물이 지나가는 모습도 잡히고, 물살이 셀 때는 사자가 밀려오기도 했다.”

뭉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파도를 포착해낸 그의 작품 속 뭉돌과 물결들은 다시는 꿀 수 없는 소금기 물씬 풍기는 꿈결(夢)이 되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동무가 되고, 물방울들이 흩어지며 바다로 이내 돌아가 ‘평온’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만큼 작품 제목 하나하나의 의미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다.

그의 사진과 함께 직접 작성한 글귀들이 곁들여져 있는 도록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맛이다.

특히 마지막 컷이 ‘미소’인 것은 의미가 깊다. ‘수줍은 미소를 건네며 이내 바다 속으로 스며 들어간다. 너는 누군가를 닮아있다’는 작가의 말. 어린시절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여동생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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