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업 /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방역관리담당

요즘 일부 농가에서 나에게 묻는 말이다. 구제역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행정처분 대상농가가 늘어나면서 푸념섞인 소리로 백신 계속 해야 될꺼라? 라고 말이다.

난 얘기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연히 백신접종 할 수 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건 농가의 의무이며 책무라고 말이다.

지난 2011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주에서는 접종과 비접종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었으나 최종 선택은 백신접종이었다.

전 농가에 긴급백신접종 명령이 내려져 접종이 이루어졌고 다행히 우리 제주는 구제역이라는 재난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만약 제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면 축산업은 물론 관광업까지 1조1천8백억원의 피해가 예측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잠잠해졌고 백신접종에 따른 인력 및 비용,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일부에서 접종중단 애기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 백신 구입비용만도 년간 20억원 정도가 소요되고 접종에 따른 인건비 및 재료비도 추가로 소요된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감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백신접종 중단을 통한 비백신 청정지역 선포는 FTA 무한경쟁 속에서 당연히 갖춰야 할 당면 과제이며 제주가 선제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인 나 또한 우리 제주가 비백신 청정지역으로 빨리 거듭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접종 중단에 앞서 우리 스스로 현재의 방역상황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10년만에 발생한 PED(돼지유행성설사병)는 현재 제주의 방역 현실과 언제 어디서 악성가축전염병이 도내로 유입될지 모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항만에서 차량이나 사람들에 대하여 아무리 철저하게 소독을 한다 하여도 모든 질병의 원인체를 완벽히 수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최종 질병의 종착지는 농장이다. 농장에서 최종 골키퍼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질병 발생 유무가 결정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항만 방역, 축산물 작업장, 농장 모두가 현재의 방역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여 외부인․차량에 대한 통제와 소독 등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그리고 꾸준히 이행하고, 철저한 백신접종을 통하여 제주의 방역 수준을 대내외에서 높게 평가하고 신뢰할 때 비로소 구제역 비백신 청정지역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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