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7) 천지왕본풀이 3 - 3수 분화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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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망상에 모신 삼싱할망[三佛道] 송낙.
나는 <천지왕본풀이>에서 요하문명의 성수(聖數) 3, 3수 분화의 세계관을 발견하고 놀랐다. <천지왕본풀이>에서도, 굿의 초감제 <베포도업[配布都業]>에서도 하늘과 땅과 인간의 세계를 갈라나가며 “천지인황 도읍[天地人皇都邑]의 제(祭)를 이릅니다.”하며 세상을 나누어 가는 과정은 분명 우리민족의 수(數) 철학, 3수 분화의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신화는 장엄하게 외친다. 우주 개벽의 순간에 닭 울음소리 들리고, 그리고 새벽이 왔다고.

“꼬끼요, 꼬끼요, 꼬끼요.”

하늘에선 천황닭, 땅에선 지황닭, 인간에선 인황닭이 동시에 울더니, 새벽이 오더라는 우주창조신화가 <천지왕본풀이>이다. 새벽을 알리는 전도사 닭이, 하늘[天]에서, 땅[地]에서, 인간[人]에서 일제히 울어 제치자, 동쪽 하늘이 밝아 와 새벽이 되더라는 것은 맞아. 정말 맞아. 새벽은 그렇게 오는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한 닭울음소리가 깨어나 천지사방(天地四方)으로 퍼져나가더란 거지. 셋이 일제히 하나처럼 울었던지, 한 울음소리가 천지인 사방으로 퍼져나갔던지, 하나가 셋으로 나뉘기도 하고, 3은 다시 하나로 수렴되는 수 철학이 우리민족의 수 관념이며, 이러한 수 철학이 창세신화 <천지왕본풀이>에 남아 전해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창세신화 <천지왕본풀이>는 “닭울음[鷄鳴] 소리가 새벽을 가져온다.”고 하였다.

거기에는 우리의 꿈과 우주관이 담겨 있다.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야 아침이 온다.”는 서양 사람들의 정서나 성서의 세계관과는 다르다. 들여다보면, <천지왕본풀이>에는 닭울움 뒤에 우리 민족의 ‘3수 철학[三數哲學]’이 숨겨져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인문학자 우실하교수의 훌륭한 연구서 『3수 분화의 세계관』에서 많은 해답을 얻은 바 있다.

그는 1997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라는 관념을 바탕으로 ‘하나에서 셋으로 지속적으로 분화되는 일련의 사유체계’를 ‘3수 분화의 세계관(The World View of Trichotomy:1-3-9-81)’이라고 명명하고, 이러한 사유체계가 북방 샤머니즘을 공유하고 있는 북방 민족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중국 요녕대학교 한국학 교수로 재직할 때, 중국 요하지방의 고고학 발굴조사에 참여한 바 있었고, 지금까지 20여년 한결같이 요하문명을 연구해 오면서, ‘3수 분화의 세계관’이 체계화된 것은 요하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홍산문화 후기(BC3500~BC3000)라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요하문명은 중원의 황하문명과는 이질적인 북방문화로, 성수(聖數) 3은 고대 문명권에서 보편적인 것이지만, 성수 3의 제곱수인 성수 9와 9의 제곱수인 81을 성수로 사용하는 ‘3수 분화의 세계관’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이 근거지였던 요하와 한반도, 북방 샤머니즘을 공유한 지역의 고유한 사유체계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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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홍산문화 유적에서도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라는 3·1관념을 추론할 수 있는 유물, 홍산문화 흥륭구 유적지 제2지점 21호 묘 부장용 구더기에서 출토된 도소삼인상(陶塑三人像)을 소개하고 있다. 도소삼인상은 3명이 함께 껴안고 삼위일체가 되어 있는 ‘흙으로 만들어 불에 구운 인물상’이다. 여기서 나는 3수 분화의 세계관의 모체가 되는 3·1철학 또는 3·1신 관념의 논리를 제주의 신화에 적용해 보기로 하겠다.

3·1신관은 <천지왕본풀이> 이외에도 <탐라국건국신화>와 <삼승할망본풀이>에 적용해 보기로 하겠다. 제주 신화에도 살펴보면, 다양한 3수 분화의 사례가 나타난다. 이 말은 제주의 문화가 상당부문 북방 샤머니즘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첫째, 제주의 삼성신화를 살펴보자. 삼성신화는 ‘높은이[高]·어진이[良]·밝은이[夫] 三聖의 神話’ 또는 ‘高氏·良氏·夫氏 三姓氏의 神話’로 알려진 <탐라국건국신화> 이다. 이 신화를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라는 ‘3·1신 관념’에 비추어 살펴보면,   

(1) 삼을나(三乙那) 삼신인(三神人)이 모흥혈(毛興穴)에서 지중용출(地中湧出)하여 삼성(三聖)이 되었다. “삼을나의 ‘얼라(乙那)’는 어린아이 이니, 세명의 어린아이란 뜻이며, 삼신인은 세 사람의 왕이 될 아이,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3·1신神이며, ‘毛(모)’는 ‘三(삼)’을 하나로 꿴 ‘丨(곤)’모양으로 ‘셋이면서 하나’ 되어 대지의 어머니에서 태어난 셋[地中湧出]이 삼성(三聖)이란 이야기 또한 3·1神관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삼신인(三神人)이 세 방향(일도, 이도, 삼도) ‘셋이면서 하나, 하나이면서 셋’으로 땅을 나누었다는 것은 풀이하면, 삼신인(三神人)은 ‘신적인 인간 또는 인간적 신 셋’은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왕이 될 아이였다. 그리고 이 세 ‘얼라(아이)’는 ‘品(어머니의 태 또는 어미의 태와 같은 동굴’에서 나와 삼사석(三射石)에서 서로 활을 쏘아 일도, 이도, 삼도로 ‘셋을 하나씩’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땅을 나누었는데, 이를 삼도분치(三都分治)라 한다. 하나의 국가를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다스렸다[一國三都分治].

▲ 흥산문화 출토 유물 陶소삼인상(陶塑三人像).
둘째는 <삼승할망본풀이>에 나타난 3·1신관이다. 제주의 산신할머니[産育神]는 ‘삼싱할망’ ‘불도할망’ ‘생불할망’이라 하며, 굿을 할 때 보면, 삼승할망을 모신 할망상에는 ‘할망송낙’이라 하는 ‘삼승할망이 쓰는 고깔(송낙)’을 세 개 올린다. 이는 산신(産神)을 셋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북방 샤머니즘의 3·1신관에 입각하여 산신할머니는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라는 생각, 즉 3·1관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또한 요하문명의 중심에 있었던  홍산문화의 유적, 세 명의 여신이 하나가 되어 얽혀있는 도소삼인상(陶塑三人像)처럼 제주의 삼싱할망[産神佛道]도 실제로는 ‘세 개의 할망 송낙’을 3신神의 신체로 생각하고, 세 개의 송낙으로 모신 불도할망[産神]은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3·1신의 원형적인 모습의 신상으로 관념하는 것이다.

삼싱할망이 셋이라는 생각은, 상차림에는 세 개의 송낙을 올리며 이를 ‘할망송낙’이라 하는데서, 이것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워주는 삼싱할망(산신할머니)을 상징하니, 제주의 산신(産神) 불도할망도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3·1신으로 관념되는 신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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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분명 제주의 신화, <천지왕 본풀이> <초공본풀이> <탐라국건국신화> <삼싱할망본풀이>에는 고조선 문화와 북방 샤머니즘 문화를 품고있는 요하문명의 ‘3·1신 관념’과 ‘3수 분화의 세계관’이 뿌리깊이 스며있었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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