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도박 중독’ 하면 하우스 도박, 불법 게임장을 떠올리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스코어 등을 맞추면 돈을 따게 되는 사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회차당 1인 10만원까지만 구매가 가능한 공식 스포츠토토와 달리 훨씬 제한없이 훨씬 큰 돈을 베팅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중독성도 심각하다. 더군다나 최근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 교실까지 이 같은 열풍이 침투했다. 앞서 사설 토토의 심각함을 다룬 바 있는(“한방 노렸다 1000만원 탕진, 카드빚만 생각하면....”) [제주의소리]는 이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제주중독치유예방센터를 통해 그 실태와 대안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도박 중독, 해법은?] (1) ‘사설 토토’ 도박 중독자 양산, 새로운 골칫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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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형 전문상담원이 내담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루종일 상담자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직장인들이 쉬는 일요일에는 출근부터 퇴근시까지 정말 쉴틈이 없다. 제주시내에 위치한 제주중독예방치유센터의 하루 풍경이다.  

이 곳은 제주지역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상담기관으로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사실상 제주 유일의 도박중독 관련 심리치료, 상담서비스 제공 공간이다. 도박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가족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다.

사연도 가지가지다. 하우스 도박을 즐기는 중장년층부터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진 고등학생까지 자발적으로 혹은 가족의 손에 끌려 이 곳을 찾는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 사설 토토로 인한 상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이곳을 찾은 한 30대 남성은 사설 토토만으로 무려 1억원을 잃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적은 금액만 걸었는데 어느 순간 짜릿함과 스릴을 찾게 됐단다. 자연스레 욕심을 부리니 베팅금액이 점점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조절력을 상실했다. 잃고 따고를 반복하다 한 달 사이에 6천만원을 잃었다.

고등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모으자 자연스레 사설 토토에 빠졌다. 과거 고등학생들의 주된 대화 소재가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사설 토토다. 돈이 어느 정도 있고 토토를 해야만 소위 ‘잘 나가는 부류’에 섞일 수 있다는 게 이 학생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 이곳을 찾는 30여명의 상담자 중 2/3 이상이 불법 사설 토토 중독자일 정도다. 장벽이 낮고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탓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 덫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센터 관계자는 가족들의 손에 끌려 이 곳에 온 사람들도 자신이 ‘도박 중독’이란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곳에 한 번 발을 디디면 우선 도박 중독 검사를 하게 된다. 이미 센터에 오기에 전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상당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몇 천 만원 몇 억 단위에 경제적 손실이 있은 후에야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심리상태도 검사를 한다. 도박환경, 가족환경 등 주변 환경의 조사를 진행한다. ‘도박 중독이 맞다’는 진단이 나오면 곧바로 자신이 도박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도박은 정말 심각한 거구나!’하고 자각하게 만드는 일이다. 바로 동기강화 프로그램이다.

그 다음 행동치료에 들어간다. 사실 도박중독은 ‘이제 끝내야지’ 마음 먹었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박 충동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스트레스 관리는 또 어떻게 할지 충동조절을 돕는다. ‘습관화’의 과정이다.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인 김보형 전문상담원은 ‘3년’을 기한으로 둔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 내 일상생활의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게 3년은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도박은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경우에도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 의지가 생겼다 해도 이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 있는 도우미가 우리 주변에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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