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항서 4.3 ‘수장’ 해원상생굿 열려...세월호 참사 실종자 '생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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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감제를 지내고 있는 서순실 큰 심방. ⓒ제주의소리

60여년 전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바다 밑에 잠긴 희생자들의 영혼을 땅 위로 이끌어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유족들의 눈물이 섞였다. 최근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진도 앞바다 세월호 실종자들의 생환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도 모아졌다.

19일 오전 10시 제주시 산지항 제2부두 방파제에서 ‘수장 해원상생굿’이 열렸다. 그 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수장 행방불명인들을 위한 위령굿이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 중 하나가 수장이다. 배를 타고 나가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돌을 달아매 물속에 빠뜨리거나 배 위에서 총을 쏴 바다로 던진 것.

1948년 11월부터 진압이 무자비해지면서 이런 수장에 의한 희생이 커졌고, 6.25 발발 직후 예비검속 때문에 하루에 수백 명씩 수장되는 비극도 있었다. 정식재판에 회부된 바 없이 불법적으로 임의처분 된 것으로, 무더기로 학살하면서 시신의 흔적까지 없애기 위해 사용된 방법이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희생자 수도 추산되고 있지 않다.

유족들의 한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13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해원상생굿이 처음 바다를 향한 이 날, 이 깊은 슬픔을 아는 듯 방파제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인 서순실 큰 심방이 ‘초감제’를 통해 신을 청해 들였다. 김수열 시인은 시 ‘물에서 온 편지’를 낭송했고, 곧 이어 죽은 땅을 살리는 노리안마로의 ‘풍장’과 성악가 송현상, 노래꾼 김영태의 소리 보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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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안마로의 '풍장' 퍼포먼스. 육지부에서 벼가 기운을 잃어가면 밤 사이 풍물패가 밭으로 가 흥을 돋궈 다시 벼가 기운을 차리기를 기원하는 행위를 '풍장'이라고 한다. 죽음의 바다를 생명의 바다로 되살린다는 의미다.

예술과 의례, 굿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예술과의 경계를 허물고 총체적 굿을 통해 죽음의 기억과 장소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회생의 의례인 셈이다. 동시에 예술가들이 미의식으로 역사적 비극을 치유하는 예술화 과정이다. 

오후 한 시부터는 ‘질치기’가 이어졌다. 길을 만들어 넋을 달랜다는 의미다. ‘용왕길’을 통해 바다에서 죽은 영혼들을 끌어내고 ‘차사길’을 통해 이들을 저승으로 온전히 인도하는 의식이다. 서 심방은 물 속에 직접 몸을 담궜고, 유족들은 함께 길을 트고 눈물을 훔치며 잔을 올렸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해원상생굿은 현재의 문화예술과 전통적 연희인 굿을 빌려 죽은 자와 죽은 땅에 보시하는 일”이라며 “맺힌 죽음, 맺힌 땅을 풀어주는 본풀이이며 땅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명의 바다로 되살아나기 위한 굿”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위령굿에선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돼 구조 작업이 진행중인 세월호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빌기도 했다.

서 심방은 초감제 도중 “273명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게 살려달라, 구조자 눈에 띄게 해달라, 눈에 띌 동안 용왕께서 맑은 공기로 아이들 살려달라, 학교로 책가방 들고 돌아갈 수 있도록 빈다”며 세월호 탑승 학생들을 위한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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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순실 큰 심방의 질치기. 왼쪽이 바다에서 희생자가 나올 통로인 '용왕길' 오른쪽이 이들을 하늘로 온전히 보내기 위한 '차사길'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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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가 송현상은 '잠들지 않는 남도'를 열창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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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상생해원굿에서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도 전해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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