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도박 중독’ 하면 하우스 도박, 불법 게임장을 떠올리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스코어 등을 맞추면 돈을 따게 되는 사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회차당 1인 10만원까지만 구매가 가능한 공식 스포츠토토와 달리 훨씬 제한없이 훨씬 큰 돈을 베팅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중독성도 심각하다. 더군다나 최근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 교실까지 이 같은 열풍이 침투했다. 앞서 사설 토토의 심각함을 다룬 바 있는(“한방 노렸다 1000만원 탕진, 카드빚만 생각하면....”) [제주의소리]는 이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제주중독치유예방센터를 통해 그 실태와 대안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도박 중독, 해법은?] (2) ‘어린시절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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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마공원에서 진행 중인 도박 예방교육. 사실 경마장 이에도 교육이 필요한 대상은 많다. 특히 어린 나이대 부터 관련 예방 교육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제주의소리

얼마 전 한 젊은 부부가 제주중독치유예방센터를 찾았다. 사설 토토에 빠진 남편과 ‘여기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해버리겠다’고 단단히 뿔이 난 아내였다. 남편은 자신이 잘못은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도박중독자들의 심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잘못 인정한다, 앞으로 안하면 될 것 아니냐 난 환자도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라며 “10년 피운 담배도 단번에 끊었는데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지를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상담에 충실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 비교적 단 시간 내에 이 남성은 크게 상태가 호전됐다. 치료가 진행되니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채 다하지 못했고 토토를 멈추니 뭘 해야 될지도 몰라하는 자신을 인정했다.

이처럼 일단 전문 상담을 받게 되면 호전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하게 되면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가능하다. 이 습관을 만들 기 위해 3년에 이르기 까지 지속적으로 동기를 강화시키고, 욕구를 조절하고 행동을 수정해 도박충동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는 말 그대로 ‘해방’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이 모든 시작점이 될 센터 앞까지 이끌게 하는 방법이다.

사실 제주 센터는 이 같은 부분이 벅차다. 중요한 ‘네트워크’ 관리를 하는 데 인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센터, 병원, 학교 등 지역사회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어야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을 하루라도 찾아 상담센터로 이끄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문상담원은 딱 한 명 뿐. 기본적인 상담 역시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올 4월까지만 해도 벌써 63차례나 상담이 진행됐다. 한 해 평균 거처가는 인원이 200명이 넘는다. 보통 한 번 상담하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인력문제가 당장 가장 고민거리다.

열악한 지원과 적은 전문인력에 비해 필요성은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사설토토가 대학가는 물론 고등학교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조기교육’의 필요성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술이나 담배와 관련된 교육은 이미 유치원생들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정작 더 쉽게 노출되는 다양한 형태의 도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무감각한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김보형 전문상담원은 “전문인력이 한 명 밖에 없어서 추후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도박중독은 나쁜 습관인만큼 어릴 때부터 일찍 관련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며 “해야할 일은 많은데 사람은 너무 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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