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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은 총 사업비 92억원을 투입해 지상 1층, 건물 전체 면적 1600㎡ 규모로 오는 2016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제주도 저지예술인마을서 19일 기공식 개최…2016년 상반기 개관 목표

‘물방울 화가’로 세계 화단에 획을 그은 김창열(86) 화백의 이름을 딴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가칭)이 제주에서 첫 삽을 떴다.

제주자치도는 19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 건립부지에서 기공식을 개최했다.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은 총 사업비 92억원을 투입해 지상 1층, 건물 전체 면적 1600㎡ 규모로 오는 2016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김창열 화백이 추정가격 약 150~200억원 가량의 작품 200여점을 무상기증하고, 제주자치도는 이에 화답해 부지와 사업비를 내놓아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날 기공식에는 김 화백과 김 화백 가족을 비롯해 박서보·이왈종·윤명로 등 원로화가, 신문섭·박석원·한용진 등 원로 조각가,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 박여숙 박여숙화랑 대표 등 내로라하는 미술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기공식 인사에서 김 화백은 "최근 큰 열병을 앓아 기운이 없고 말할 기력이 부족하다"면서 "이 미술관이 제주도 문화예술을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며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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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열린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우근민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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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왼쪽 네번째)과 우근민 도지사(오른쪽 네번째) 등이 19일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 건립부지에서 기공식 첫삽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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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 건립부지에서 기공식이 열렸다.
1925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한국 전쟁에 여동생과 학우들을 잃은 그는 아예 제주로 건너와 1년 6개월을 지냈다. 1952년부터 1953년까지 제주시와 함덕, 애월 등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 미국 뉴욕으로 가 공부를 마치고 1969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해 40여년을 지냈으니 그에게 제주는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한 작가의 일대기를 모아서 보여주는 미술관은 전국서도 흔치 않은 데다 그가 먼저 제주에 미술관 건립을 제안해온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그가 기증의사를 밝힌 작품은 회화와 설치작품 등 200여점에 달한다. 1957년부터 2013년까지 60여년 자신의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미리 골라뒀다. 또한 활동 자료와 관련 서적, 화구와 활동사진 등의 자료 일체도 포함됐다. 값으로 따지면 최소 150억에서 200억원으로 예상된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 1957∼2013년 시대별 대표작 200여점과 60여년간의 활동 자료, 서적, 팸플릿, 화구, 활동사진 등을 모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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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열 화백 / 사진 출처=http://www.kimtschang-yeul.com 갈무리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이날 "오늘 이 자리는 단지 미술관 기공식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첫 삽을 뜨는 것"이라며 "많은 예술가에게 본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은 축사에서 "김 화백의 작품은 만지면 터질 것 같고 물이 묻어날 것 같은 물방울의 영롱함 속에 회한과 고통, 희열을 투시할 수 있어 많은 이가 공감하는 것 같다. 미술관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서보 화백은 "건립 후 미술관에 담겨질 작품은 주옥같은 것으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미술관이 될 것을 자신한다"며 "작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하며 운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제주도의 애정과 열정, 역량에 달려 있다"면서 제주도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창열 화백이 '물방울 화가'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파리에서 작업하다 우연히 물방울에 영감을 얻었다. 1973년 파리의 권위 있는 초대전인 살롱드메 전시를 네 차례 진행하며 화단의 주목을 끌었다. 1975년 서울 인사동 현대화랑에서 연 개인전에서 그림이 전부 팔리면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화가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에는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진행하며 세계적 대가로 인정을 받았다. 국내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제주에는 지난 2002년 이중섭미술관이 문을 열고, 2009년에는 제주도립미술관에 장리석 화백의 기증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이 생겼다. 최근엔 이왈종 화백이 서귀포시에 사립미술관을 지었다. 여기에 김창열 미술관 건립까지 이어지면서 문화콘텐츠가 부족했던 제주의 문화예술 위상도 한껏 드높일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날 김창열 제주도립미술관 기공식 행사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점을 감안해 당초 예정됐던 축하 헌시와 축하 공연 등을 생략하고 간소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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