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18) 이승만 대통령과 국립제주목장, 그리고 특호관사 下

上편(하와이 꿈꾸던 이승만, 제주에 국립목장 지은 까닭)에 이어집니다.

목장 내에는 물이 고이는 지역을 막아 댐을 만들고 이 물을 활용하여 가축급수장과 식수로 공급하기 위한 풍차가 설치되었고 매설 수도관의 길이가 30리에 이를 정도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현대화된 동양최대의 국립목장이 준공됐다.

건설공사는 서울소재 동명토건이 낙찰되어 공사를 맡게 되었는데 공사내용과 성격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육군공병단과 민간건설업체가 맡아 목장을 건설한 것으로 추측된다. 

건설과정에서 당초 수립된 관사건설계획과 달리 대통령 전용특호관사를 제외하고는 귀빈용 갑호관사를 건설하지 않고 을호관사를 1동에서 3동으로 늘려 건설하는 등 계획된 일부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명칭에 있어서도 1957년11월9일 '국립제주도 송당목장'이라는 명칭에서 '국립제주목장'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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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호관사 평면도 <인용=문화재청(2005년) 제주이승만별장기록화보고서 P.63>

목장으로서의 형태가 갖추어지게 되자 가축들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1957년 9월에 면양 산양 148마리가 들어왔고 12월에 소 200마리가 들어왔다. 도입된 소들은 내병성(耐病性)이 강한 방목용 브라만이 주류를 이루었고 일부 개량사업용으로 헤리포드, 산타, 쇼트혼앵거스 등이 도입되었다. 목장 총공사비가 1억5000만 환이었으나 시설공사비는 3540만환이었고 대부분은 소 구입비로 사용되었으니 상당한 소를 구입한 셈이었다.

물론 가축을 도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한미재단 이사장이었던 밴폴리트였다. 그는 1951년 5월부터 1953년1월24일까지 약 1년9개월 동안 재임하면서 이승만대통령과 친밀하게 지냈는데 퇴역 후 한미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이승만대통령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그는 퇴역 후 플로리다주에서 소규모 목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축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관계로 '국립제주목장'건설과정에 깊이 관여하게 된 것이다.
 
#. 대통령 전용 특호관사의 특징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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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호관사의 외부전경.

국립제주목장에 건설된 대통령 전용 특호관사 1동이 건설되었는데 이것이 흔히 이승만대통령 별장으로 불리는 전용별장이다. 일부에서는 귀빈사(貴賓舍)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1957년 4월15일 수립된 초기 목장건설계획의 내용을 보면 대통령 전용특호관사, 귀빈용 갑호관사, 을호관사 등으로 구분한 것으로 보아 귀빈용 갑호관사와 혼돈하여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귀빈용 갑호관사는 1차 완공단계에서는 건설되지 못했고 특호관사와 을호관사만이 건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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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난로가 있는 거실.
특호관사는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한 것은 1957년 12월6일과 1959년 8월4일 제주도를 방문하면서 머물렀는데 총 2회뿐이었지만 이승만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면 공식행사에서 '국립제주목장'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다른 숙박시설을 마다하고 숙박할 정도도 대단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었음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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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호관사의 후면 벽체의 장식부분(왼쪽)과 거실 앞 외부 발코니 계단 바닥부분의 장식(오른쪽).


설계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목장건설지 시찰에 한미재단 이사장 밴폴리트(전 미8군사령관)등을 대동하였고 당시 건설자재 확보가 여의치 않았을 사회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미8군 공병대에서 설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부공간은 입식생활을 전제로 계획되어 벽난로가 있는 거실, 식당과 부엌 등이 외부 공간으로 직접 연결되는 등 실 배치가 기능적으로 계획되어 있고, 거실 외부 발코니 공간을 피로티로 처리하여 거실-발코니-정원으로 이어지는 등 상당히 서양적인 건축계획개념이 적용되었다.

반면 주요벽체의 입면처리에 있어서는 제주의 돌을 사용하여 제주적인 건축요소로 표현되어 있고, 거실 외부공간의 발코니 바닥부분이나 외벽의 일부에는 돌을 이용하여 한국전통문양을 표현하는 등 제주적인 의장과 한국적인 의장요소가 적절히 표현되어 세련된 디자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호관사는 공간계획이나 입면계획에서 볼 수 있는 건축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였던 별장이라는 점에서도 건축물이 가지는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1.김태일(2002), ‘2002 자치단체 등록문화재. 제주도 등록문화재 지정 근대건축물’, 「지방행정」11월호.
2.문화재청(2005년), 제주이승만별장 기록화 보고서
3.(사)제주도지방의정연구소(2006), 도백열전1
4.제주도(2003), 제주도 근대문화유산조사 및 목록화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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