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서남수 장관 감싸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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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여기는 왜 오셨어요? 전남 진도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당일 구조된 탑승객들의 임시 보호소로 쓰인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팔걸이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다. 서 장관의 뒤편으로 체육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생존자들과 다급한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서남수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 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서 한 이야기다.

민 대변인은 '(이날 팽목항 사고상황실에서 기념 촬영을 시도해 물의를 일으킨) 안전행정부(안행부) 공무원은 사표를 수리했는데 라면을 먹은 교육부 장관은 어떻게 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국민 정서상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됐다"며 이 같이 대답했다. 민 대변인은 논란을 예상했는지 이 같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요청했다.

서남수 장관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응급 치료가 이뤄지던 탁자에서 응급 의약품을 한켠으로 밀어놓고 컵라면을 먹어 논란이 됐다. 서 장관이 팔걸이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순간에도 구조된 학생들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추위에 떠는 몸을 담요 한 장으로 감싸고 있었고, 의료진들은 이들을 진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남수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서남수 장관의 부적절한 행동은 <오마이뉴스>의 두 차례 단독 보도 이후, 많은 언론사에서도 이를 인용 보도한 바 있다. 누리꾼들도 관련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을 다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로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과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서남수 장관의 부적절한 행동을 감싸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민 대변인의 발언이 있었던 21일 오전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한 공직자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엄중 경고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17일 진도 사고 현장 방문 당시를 언급하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고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도를 넘은 공직자들의 무개념 행태를 겨냥해 "불신을 키운 공무원들을 퇴출 시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한다면 매분 매초에 하느냐"

또한, 민 대변인은 22일 팽목항 사고상황실에서 기념 촬영을 시도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안행부 공무원에 대해서도 "승진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해서 하루 아침에 옷을 벗게 된 것"이라며 "더 큰 것(징계)을 바라는 국민 정서는 있겠지만, 사형을 시켜야할 지 무기징역을 시켜야 할 지… 훈장까지 받았던 사람이 어느 날 생각 한 번 잘못해서 옷을 벗게 된 것도 가벼운 게 아니다"라고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민 대변인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대통령이 공무원만 질책할 뿐 사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도리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야할 게 있으면 해야겠지만 지금이 어느 시점인지 생각하기 바란다"며 "지금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상황이 계속 되는데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한다면 매분 매초에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구조작업이 최우선 과제"라며 "구조할 것, 수습할 것을 빨리하고 나서 해결할 게 있으면 찾겠다"고 덧붙였다. 민 대변인은 해당 발언들에게 대해서도 비보도를 요청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협약에 의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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