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새 공론조사+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합의추대 '조변석개' 혼란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로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합의추대됐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고희범.김우남.신구범 3명의 후보가 합의를 통해 아름다운 추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름다운 추대'라고 밝힌 기자회견 자리에는 정작 3명의 후보자 모두 참석하지 않아 추대합의 과정에서 말못할 파열음이나 속사정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장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김재윤 공동도당위원장만이 나와 제주지사 후보로 신구범 전 지사가 합의 추대됐다고 밝혔을 뿐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7일 제주지사 경선 방법으로 공론조사 50%+ 여론조사 50%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후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그야말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선룰에 반발한 김우남 의원이 국민참여경선을 요구하며 갑자기 '칩거'에 돌입했고, 이런 진통 끝에 고희범 후보가 국민참여경선을 전격 수용하면서 13일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국민참여경선 흥행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합의추대로 급작스럽게 돌아섰고, 19일부터 후보간 잇단 논의끝에 3일만에 신구범 전 지사를 후보로 전격 추대하게 됐다.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의 대세론을 꺾기 위해 도민 관심과 컨벤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이벤트인 국민참여경선을 얘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갑작스런 합의추대로의 전환은 여러면에서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세후보 중 가장 지지도가 낮은 신 전 지사가 후보로 합의추대된 점부터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김재윤 도당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김우남 의원은 고민끝에 역할분담론에 따라 국회의원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며 "세월호 침몰이후 이 문제를 따지고, 대책을 세워야 할 주요 상임위가 국회 농림식품해양수산위이며, 또 한중 FTA 협상을 앞두고 제주 현안이 많은 데 김 의원은 국회에서 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데 후보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신 전 지사는 제주를 잘 알고, 삼다수와 컨벤션센터를 만드는 등 지사 재임시절 제주에서 성과를 낸 후보"라며 "새누리당 후보가 차출된 제주를 잘 모르는 후보인데 신 전 지사는 제주를 잘 알고 성과를 낸 후보"라고 원희룡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합쳐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들어 졌는데 신 전 지사의 경륜과 지혜, 여기에 기존 민주당의 조직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 후보가 내려놓기를 통해 희생하고 헌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합의 추대인데 3명의 후보자가 안보인다'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김우남 의원과 신 전 지사는 여기(당사) 와 있으시고, 고희범 후보님은 지지자들에게 합의추대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참석치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경선 등 이벤트를 통해 컨벤션효과를 얻으려하다가 갑자기 합의추대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온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와 관련) 당원 및 오피니언 리더들 90%는 국민참여경선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며 "이번 선거는 이벤트 내지는 열광하는 선거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제주판 3김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환.우근민 전현직 지사가 불참하고, 이번 선거 시대정신이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는데 신 전 지사가 새정치에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세대교체가 나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신 전 지사는 도지사를 한 지 까마득히 오래됐고, 지사 재임시절 원칙을 지키고, 삼다수와 컨벤션센터를 만든 실적을 낸 분"이라고 논리로 세대교체론을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합의추대 결과에 대해)양승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노웅래 공천관리위원장의 승인을 받았다"며 "조만간 최고위 승인을 받으면 제주지사 후보로 신 전 지사가 확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도당사무실에 있던 신 전 지사와 취재진 간 약간의 승강이도 있었다.

신 전 지사는 최고위 승인을 받은 후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했고, 취재진은 후보로 추대됐는데 아무말도 없는 게 말이되느냐며 최소한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결국 신 전 지사는 "오늘은 당이 중심이 돼서 도당위원장이 후보 추대 결과를 말씀드렸다"며 "우선 김우남 의원과 고희범 전 도당위원장의 국가와 도민, 당을 위한 생각에 감명을 받았다"고 위로했다.

또한 신 전 지사는 "오랫동안 인내하고, 견디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며 "추대된 입장에서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짧은 인사로 마무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밝힌 '아름다운 추대'가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도민사회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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