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중앙 차출론 vs 제주에서 일한 사람, 합의 추대 선거 프레임

6.4 제주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 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전 지사 간 여·야 양강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번 6.4 제주지사 선거가 원희룡 대 신구범 맞대결로 짜여질 지는 예상하기 힘든 구도였다. 원희룡 후보와 신구범 후보 간 대결구도가 현실로 이어지자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다.

우선 새누리당 원 후보를 보자. 서울 양천구에서 36살의 나이로 첫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3선의원으로 당 대표 경선, 서울시장 경선, 대선 후보 경선까지 승승장구 달려 온 원 전 의원이 제주지사 선거에 나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역 도지사인 우근민 제주지사가 지난해 말 입당 후에도 지지도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 전 의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중진 차출론'에 의해 타의반 자의반으로 원 전 의원은 지난 3월16일 제주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11일 후보선출 여론조사 경선에서 69.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 자리를 꿰찼다.

출마선언 직후 실시된 각종 도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원 전 의원은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다.

학력고사, 사법시험 전국 수석이라는 '엘리트' 이미지에, 젊은 후보 이미지를 무기로 단숨에 경쟁 후보들을 앞서는 것이다.

원 후보는 제주지사를 디딤돌로 중앙정치 무대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하게 밝혔다.

원 후보는 "선거혁명을 통해 다른 정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시동을 걸겠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선거문화의 미래를 보려거든 원희룡의 선거운동을 보라고 감히 선언한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제주판 3김이라고 불리는 우근민.신구범.김태환 전현직 지사를 넘어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제주, 수평적 협치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에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원 후보이지만 약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제주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원 후보는 말문이 막힌다. 3선 국회의원 재임 동안 고향 제주를 위해 한 일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4.3위원회 폐지 법안 서명 등 결정적인 '아킬레스'도 드러나기 시작했고, 제주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인 신구범 전 지사 역시 당초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전망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출판기념회에서는 출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태환 전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출마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에 합류하고,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하면서 단박에 제주지사 유력후보로 올라섰다.

경선룰이 '공론조사 50%+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경선', '후보 합의추대'로 급박하게 변모하는 과정에서도 신 전 지사는 어떤 방식이든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신 전 지사를 후보로 합의추대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제주를 잘 알고, 제주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신 전 지사는 1993년 12월 관선 지사이후 1995년 초대 민선 지사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사 재임시절 제주개발공사를 만들고 '삼다수'라는 초대형 히트상품을 만들고, 컨벤션센터, 관광복권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만들어 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몫을 배려받은 점도 있다. 김재윤 도당위원장은 이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합쳐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들어 졌는데 신 전 지사의 경륜과 지혜, 여기에 기존 민주당의 조직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우남 의원의 경우 역할분담론으로 현역 국회의원을 유지하면서 국회 농림식품해양수산위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아 한중 FTA 협상에 대비하라는 뜻도 담겨 있음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제주를 잘 아는, 제주사람' 신 전 지사가 제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특별자치도지사로서 자질을 갖고 막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 전 지사 역시 약점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세대교체론'의 대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잦은 당적변경,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방선거 40여일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원희룡, 새정치민주연합은 신구범 전 지사가 후보로 확정됐다. 3선 중진 국회의원 출신과 관선·민선 도지사를 다 역임해본 전직 지사의 대결이다.

새누리당은 '세대교체론'이라는 도민여론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제주를 잘아는 진짜 제주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6월4일 도민들의 표심이 결국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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