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7) 음악평론가 임진모 “B급, 그리고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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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1학기 일곱 번째 강연에 나선 임진모 음악평론가. ⓒ제주의소리

“TV엔 온통 A급 뿐이야, 동방신기를 실제로 보니 막 내 조상들이 원망스럽다니까요” 한국 대표 팝 칼럼니스트의 익살스런 설명에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보가 터져나왔다.  

22일 오후 4시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1학기 일곱 번째 강연에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나섰다.

이 날 임 평론가는 현대음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갔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 이들이 만든 재즈와 블루스. 여기서 탄생한 락앤롤의 줄기를 더듬어 가며 거장들의 음악을 설명했다.

강연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싸이의 사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한 삶의 지혜였다.

그는 싸이의 성공을 ‘B급’이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모두가 ‘A급’만 바라보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집단질병이라고 비판했다. “모두 비쥬얼에 단단히 중독됐고, 이 때문에 성형수술도 많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중문화는 정치경제사회의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벗어나 위로와 힐링을 해줘야 하는데 온통 멋있는 애들이 점령해 버렸다”며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가 빌보드를 휩쓴 후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왜 성공한거 같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당히 ‘내가 B급이라서’라고 대답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B급이란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대정문화의 모습이자 진정한 광대”라며 “그는 광대라서 위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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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1학기 일곱 번째 강연에 나선 임진모 음악평론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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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1학기 일곱 번째 강연에 나선 임진모 음악평론가. ⓒ제주의소리

싸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덕목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겸손’이다.   

임 평론가는 싸이가 한 대형 음악페스티벌 인터뷰 자리에서 겪은 일을 설명했다. 인터뷰 질문이 쇄도하자 주최측이 “싸이가 시간이 없고 피곤해 인터뷰를 길게할 수 없다”고 말하자 오히려 대신 사과하며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한 것.

임 평론가는 “살아가는 데 오른팔과 왼팔이 있다. 오른팔이 재능이라면 왼팔은 겸손이다. 겸손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체자가 널려있기 때문”이라며 “기고만장하고 뻐기고 다니면 언젠가는 좌절을 맛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에서는 임 평론가만의 ‘세대론’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요새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20대들이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 중 한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20대가 소위 기성세대 ‘꼰대’들을 비하하고 거리를 두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그렇게 싫어하는 꼰대가 여러분을 발탁하고 기회를 주고 출세시켜주는 것”이라며 “제일 미련한 사람이 나이 든 사람 곁에 안 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꼰대 짓을 하려는 것”이라며 “젊은 친구들 중 빼어난 이들은 어른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순이 넘은 조용필이 작년 ‘바운스’로 젊은 세대들에게 열풍을 일으킨 것을 언급했다.

임 평론가는 “조용필 노래는 70~80년대 노래를 듣고 자란만큼 어떤 곡이든 약간 ‘뽕끼’가 있는데 이것을 없애고 만든 노래가 ‘바운스’”라며 “이 곡은 어른들이 듣기에는 건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용필이 작년에 성공한 것은 젊은 세대 쪽으로 갔기 때문”이라며 “64세 할아버지가 10대, 20대 감성에 맞는 곡으로 간 것. 이게 여러분들 인생에 중요한 지점”이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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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1학기 일곱 번째 강연에 나선 임진모 음악평론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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