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마다 함구, '아름다운 합의 추대' 말못할 사정 있나? '밀실야합' 비판도

캠프마다 함구, '아름다운 합의 추대' 말못할 사정 있나? '밀실야합'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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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로 백전노장 신구범 전 지사가 확정됐다. 전격적인 합의추대도 그렇거니와, 결과 또한 항간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고희범.김우남.신구범 3명의 후보가 '아름다운 합의 추대'를 했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미를 부여했지만, 각 캠프에서는 합의 진행 과정과 배경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동안 김우남 의원은 '사즉생'을 얘기하며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고, 고희범 예비후보는 4년전 선거 패배후 절치부심 설욕을 다짐하며 제주전역을 누빈 상황에서 김 의원 보다 지지도가 떨어지는 신 전 지사가 하루아침에 후보로 추대된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사실 지방정가와 언론계에서는 신 전 지사가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도 현역 의원이자 사즉생의 각오를 밝힌 김 의원과 4년을 절치부심해 온 고 후보가 양보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경선룰은 지난 7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론조사 50% + 여론조사 50%'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선 룰에 반발한 김우남 의원이 100% 완전국민참여경선을 요구하며 4일 동안 칩거,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상황은 변해갔다. 

김 의원이 국민참여경선을 요구한 것은 대대적인 정치 이벤트를 통해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에게 기운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김 의원은 "누가 후보가 되든 본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확실한 승리방안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그 방안이 국민참여경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경선을 고희범 예비후보가 전격 수용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경선룰은 지난 13일 국민참여경선으로 결정됐다.

국민참여경선은 불과 3일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선거운동은 전격 중단되고, 새정치연합 제주지사 경선도 중단됐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나온 방안이 바로 '합의 추대'다. 고희범-신구범 예비후보가 먼저 '합의추대'에 동의했고, 김우남 의원도 합류했다.

19일부터 고희범-김우남-신구범 후보와 김재윤-오수용 공동 도당위원장 등 5명이 '합의 추대' 비공개 회담을 시작했다.

1차 회동에서 신 후보가 김우남 의원을 제주지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고 후보가 반발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0일 2차 회동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후보가 되고, 고 후보는 제주시장 러닝메이트, 신 후보는 선대위원장을 제안했지만 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자신의 제안이 거부되자 후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3차 회동은 고 후보와 신 후보 양자가 21일부터 22일 새벽까지 20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는 신 전 지사로 '합의추대'하게 됐다.

김재윤 도당위원장은 신 전 지사가 제주지사를 역임하며 삼다수와 컨벤션센터를 만드는 등 제주를 위해 일을 한 경륜과 지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계열을 위해 민주당계가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전 지사와 '새정치'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름다운 합의 추대라면 '훈풍'이 불어야 함에도 각 캠프에서는 하나같이 비공개 협상 내용에 대해 함구하거나 언급을 꺼리고있다.

김우남 의원 캠프에서는 "모 후보 쪽에서 고집을 피우면서 협상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아름다운 합의 추대를 했는데 더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칩거까지 하며 경선 룰까지 바꾼 김 의원으로서도 떳떳한 입장은 못된다.
 
오래전부터 항간에선 김 의원이 결국 중도하차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돌았으나 그 때마다 김 의원 쪽은 일종의 마타도어로 규정하면서 완주 의사를 밝혀왔다.  

가장 난감함을 표시하는 건 고희범 후보 캠프다. 신 전 지사로 합의추대 됐다는 소식에 캠프 내부에서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 들린다. 내부적으로도 신 전 지사가 될 지 몰랐다는 말이다.

신 전 지사로 후보가 확정되면서 당혹감을 표출하는 건 새정치민주연합 쪽 도의원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경선을 약속하고, 경선 룰을 바꿔가며 국민참여경선까지 얘기했던 후보들이 밀실에서 야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잖아도 쫓아가기 바쁜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세월호 침몰 사고 정국과 함께 선거전이 더욱 꼬여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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