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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혈에서 대제를 봉행하는 모습. 초헌관 머리에 쓴 관모로 보아 조선시대로 추정된다. <사진출처=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
법원, 양씨종친회 소송 각하 결정...고양부 삼성사재단 명칭 유지

제주의 시조신인 고(高), 양(良), 부(夫)씨 중 첫째는 누구일까?

50년여간 잠재된 고, 양, 부 종친회 간 신경전이 30여년만에 다시 법적 다툼으로 번지면서 법원이 2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첫 판단을 내렸다.

결론은 각하. 소송을 제기한 양씨종친회가 이사회의 결의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얻을 법률상 이익이 없고 원고측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유석동 부장판사)는 양씨중앙종친회가 제주도와 재단법인 고양부 삼성사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소송의 배경은 제주 시조신의 무대인 삼성혈에서 시작한다. 삼성혈은 고(高), 양(良→梁.), 부(夫)씨의 시조인 세 신인(神人)이 솟아났다는 신화 속 구멍이자 사적 제134호다.

사적 관리 등을 위해 각 종친회는 1921년 ‘삼성시조제사재단’을 구성했다. 문제는 1962년 명칭을 ‘고양부 삼성사재단’으로 변경하고 1965년 명칭을 등기하면서 불거졌다.

양씨 종친회는 당초 ‘고양부’가 아닌 ‘양고부’ 순서임에도 3공화국 시절 불법으로 고씨 명칭이 앞으로 배열되도록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1986년 재단 명칭 등록 취소소송까지 냈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으로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잠잠하던 논쟁이 2012년 4월 재단 이사회 안건으로 명칭 문제가 등장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이사회가 ‘재단명칭이 고양부 삼성사재단임에도 한국기록원의 인증서에는 양고부 순서로 표기돼 있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인증 취소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한국기록원은 민족 기록자원의 정립·창달·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서 각 분야별로 기네스 기록을 공모하고 세계기네스북 등재를 대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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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이도동에 있는 사적 제134호이자 제주도 원주민의 발상지인 삼성혈. 삼성사재단 명칭과 한국기록원 인증서 문제 등으로 양씨 종친회와 재단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진자료>
잠잠하던 양씨중앙종친회가 발끈했다. 역사상 양씨가 먼저임을 한국기록원도 인정한 만큼 이를 수정하려는 재단 이사회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서인 고려사와 탐라기년에는 삼성혈 역사를 ‘양고부’로 순서로 서술하고 있다. 반면 영주지와 탐라지는 ‘고양부’로 적는 등 역사책마다 성씨의 순서를 달리하고 있다.

급기야 양씨중앙종친회는 1962년 최초 명칭 변경과 2012년 8월 이사회 결의 모두를 무효로 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986년 송사를 벌인지 30여년만에 다시 법적다툼이다.

재판 과정에서 양씨종친회는 상당수 역사책이 양고부 서차(순서)로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고씨종친회는 제주도민의 상당수가 고양부 순서를 인지하고 있다며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재판부는 2013년 8월 재단 명칭에서 ‘고양부’, ‘양고부’를 모두 빼고 ‘삼성사재단’으로 하는 내용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논의하라며 화해권고를 내렸다.

반면 고씨종친회측 인사가 이사장을 맞고 있는 재단과 소송을 제기한 양씨종친회 모두 화해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양측 합의는 실패했다.

재판부는 화해권고까지 무산되자 결과적으로 양씨종친회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30여년 만에 다시 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삼상혈 고양부와 양고부 순서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명확히진 것은 아니다. 성씨 순서에 대한 역사적 고증은 사실상 별개의 문제다.

고창실 고양부삼성사재단 이사장은 "양씨중앙종친회는 애초 원고 자격이 없다. 제주의 양씨종친회가 별도 존재한다"며 "재단 명칭은 현행대로 고양부삼성사재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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