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개발공사-美브루클린, ‘크래프트맥주’ 사업 업무협약…정권교체기 강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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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22일 오전 공사 대강당에서 미국 크래프트 맥주회사인 브루클린과 ‘제주맥주 주식회사’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의소리
[초점] 제주개발공사-美브루클린, ‘제주크래프트맥주’ 사업 본격 추진
도의회 “신뢰성 검증 후 추진” 주문 애써 외면…정권교체기 강행 왜?

제주도개발공사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는 ‘제2의 호접란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도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트맥주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에 부정적인 제주도의회가 개점휴업 중인 틈을 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면서 정권교체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22일 미국의 맥주회사인 브루클린과 ‘제주맥주 주식회사’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개발공사는 브루클린과 함께 설립 자본금 40억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5월 중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제주맥주 주식회사는 단계적으로 자본금을 120억원까지 늘려나가게 된다.

출자 지분은 브루클린 51.0%(61억2000만원), 개발공사 36.5%(43억8000만원), 도민주주 공모 12.5%(15억원)다.

이들은 178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어 내년 3월부터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트 맥주란 밀러나 버드와이저와 같은 대형 회사의 맥주와는 다른 특색 있고 차별화 된 지역맥주를 말한다.

현재 개발공사가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인 ‘제스피’에 사용하는 제주산 맥주보리와 화산암반수를 활용하게 된다. 첫해 1000㎘에서 해마다 늘려 10년 뒤 1만㎘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파트너(브루클린)에 대한 신뢰도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크래프트맥주(가칭) 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타당성 용역결과 및 출자계획(안)’을 보고받고는 “사업성 및 출자 타당성을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의 ‘사업 중단’ 주문이었다.

우선은 미국 브루클린이 개발공사(43억8000만원)보다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브루클린이 소액주주들을 모아 1대 대주주인 개발공사 대신 경영을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당시 신관홍 의원은 “단일 출자가 가장 많은 곳이 개발공사인데, 다른 곳은 각자가 모여서 지분 51%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명만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파트너에 대한 신뢰 문제다. 미국에 출자했다가 망한 ‘호접란 사업’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신중한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하민철 위원장도 “브루클린이 미국에서 크래프트맥주 업계 11위라고 자화자찬하는데, 우리가 현장조사를 한 결과, 국내 판매실적이 너무 부풀려졌다. 제2의 호접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발공사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의결 및 제주도지사의 최종 승인을 받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는 최근 ‘채택의견에 대한 조치결과’를 통해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음을 강변하고 나섰다.

우선 판매목표량을 과도하게 높여 산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주소재 ◯◯체인의 2013년 일일매출은 22.3병으로, 제안사의 슈퍼마켓 및 편의점의 점포당 일 매출 추정수량 최대 4병 달성을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타 법인에 대한 ‘출자 타당성’과 관련해서는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맥주사업과 연관성이 높고, 유사분야 투자인데다 비합리적 행정요인도 내재되어 있지 않다”며 출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출자자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2개의 지주회사를 설립해 투자구조가 복잡하자는 지적을 수용 단일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제안사의 재무제표와 공인회계사가 인정한 재무제표가 차이가 발생,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회계처리 방식에서 나타난 문제”라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안사의 자세한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제출한 글로벌 언론사의 보도자료 외에 다른 자료는 투자자간 비밀협의조항으로 보호되어 있다”며 제출불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발공사의 조치결과 통보는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끼워 맞추기’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브루클린 맥주가 미국 내 크래프트맥주 회사 중 매출액 기준을 놓고도 4개월 사이에 2단계나 수직상승한 것을 놓고도 또 다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1위이던 것이 이번 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을 때는 9위로 두 단계가 상승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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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철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하민철 환경도시위원장은 “의회가 주문하는 것은 제안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면밀한 사업 타당성 검토에 기반 한 사업 추진”이라며 “6.4지방선거를 앞둬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감이 없지 않다. 차기 도정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한편 합작법인인 제주맥주(주)가 현재 개발공사가 시판하는 ‘제스피’의 생산까지 맡기로 한 것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분야 전문가는 “한 병에 7~8천원 하는 맥주를 누가 먹겠나. 게다가 기존 ‘제스피’와도 프리미엄 전략 면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개발공사는 크래프트맥주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래사업추진T/T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래프트맥주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던 일부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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