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27) “배에 탄 친구들은 살아오지 못했나요?”③

국가적 재난에 처하여 사과에 인색한 대통령, 책임지지 않는 국무총리,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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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타워 1, 2, 3(?)

국가차원의 대참사의 경우 지배자들의 태도와 발언은 국가공동체 일원의 단합과 위기극복을 위한 지도력의 발휘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지도자와 그 지도자가 이끄는 지배그룹들의 희생자와 국민들에 대한 말 한마디 행보 하나는 평시보다 몇 배로 그 의미가 배가된다는  뜻이다.

재난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난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막상 발생한 재난에 대처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특히 인재의 경우, 이는 국가시스템과 재난 정부의 대응태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각 부처의 장들의 행보는 전 국민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도 ‘국민의 안전’을 강조해 온 정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재난 대비태세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장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동안 그토록 강조해 온 ‘안보와 안전’을 중시하는 보수정부의 강점이 사실은 말의 성찬이었으며, 정치적 수사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재난에 직면하여 대통령과 관련 부처의 장관들 그리고 보수정권의 나팔수들을 자임해 온 작자들의 후안무치한 망언들은, “이게 과연 나라인가?”라는 회의감과 낭패감에 더 큰 공분을 불러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만다. 즉, 차분히 사고에 대처할 국민적 감정을 분노의 감정으로 전화하는 데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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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에 관해 사과했다.

사고 발생 13일째인 4월 29일, 그동안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은 비로소 국무회의 석상에서 위로의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은 흐르는데 아직 많은 분이 가족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고, 추가적인 인명 구조 소식이 없어서 나도 잠을 못 이루고 있다.”라며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가족,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보수언론들은 이를 대통령의 사과라고 대서특필했지만, 하지만 이 ‘사과(?)’의 장소와 모양새가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았던지 정작 희생자 가족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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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뉴스타파 화면 캡처>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30분 경기 안산시 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태만하고 기만적인 구조 체계로, 구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유가족들은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어린 학생들이 속히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조를 펼쳐 달라고 요구했다.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선박관계자들, 그리고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님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과는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안산 합동분향소 방문에 대해서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어느 분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한 분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둘러보고 갔다”며 “마치 CF를 찍으러 온 것 같았다. 진정한 대통령 모습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뉴스타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사과한 것으로 알려진 국무회의 주재에 앞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조문했다. 물론 조문 모양새도 그리 좋지는 않았는지 그 이후부터 오히려 조문조작설이 꼬리를 물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10여 일 만에 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조문만 했고,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9시 8분께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합동분향소를 빠져나가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떠났다. 한 유족은 박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도대체 왜 여기는 왜 온 거야…”라며 서러운 듯 눈물을 훔쳤다.

(중략) 대통령이 떠나자 일부 유족들은 “대통령 조화 밖으로 꺼내 버려”라고 소리쳤고, 다른 유족들도 분향소 한가운데 놓여있는 박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조화를 치울 것을 요구했다. 결국, 박 대통령, 강창희 국회의장, 정홍원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강병규 안정행정부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등의 조화는 모두 밖으로 치워졌다.(한겨레)

조문연출설은 지난 29일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당시 방영된 뉴스화면 때문에 시작되었다. VIP경호는 최고위급 경호다. 최근 경호원들의 활약을 테마로 했던 화제의 드라마 ‘쓰리데이즈’로 학습효과를 톡톡히 본 네티즌들의 예리한 분석이 작용했다.

화면 속의 검은 옷 차림의 한 할머니가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계속 따라다닌다. 박 대통령은 조문을 한 뒤 이 노인에게 다가가 위로했고, 이 모습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장면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이 뉴스화면에는 옥에 티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우선 우연히 마주친 듯하지만, 대통령의 경호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전 경호실의 완벽한 경호계획에 의해 보장된다. 또한 대통령의 동선 역시 경호실의 통제 하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쓰리데이즈에 잘 나온다.) 그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단순히 동네에 분향소가 있어서 들렀던 동네할머니가 대통령과 우연히 마주쳐서 위로를 받았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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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네티즌과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한 세월호 유족에 의해 그 할머니가 유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에서 연출했다는 의혹이 증폭된다. 결국 청와대는 해명에 나섰는데, 이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분향소에는 조문객도 계셨고 유가족도 계셨고, 일반인들이 다 섞여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가운데 한 분이 대통령께 다가와 인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점은 일반인 조문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쯤이어서 일반 조문객들은 분향소에 없는 상황이었다. 뉴스화면에는 모두 청와대 경호실의 통제 아래 있는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기껏 내놓은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이 된 셈이다.

이 루머가 점점 커져가자 민 대변인은 “그걸 두고 연출을 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 아닌 것이 확산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연출을 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밝혀지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하지만 다음날인 30일 CBS의 보도로 사실정황이 드러났다. CBS에 따르면, 정부 핵심관계자는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것이다. 결국은 우연이 아닌 연출로 드러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계속 실기(失機)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사과할 것이라면 13일씩이나 지체하여, 여론에 등 떠밀려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일찍 했어야 한다. 설령 사과시기를 놓쳤다 하더라도 합동분향소의 유족들 앞에서 먼저 사과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 둘 다 놓치고 만 것이다. 너무 늦게 왔으며, 기왕에 사과할 장소를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분향소 현장에서 유족들 앞에서 했더라면, 이처럼 유가족 대책위가 기자회견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기껏 찾은 분향소의 조문도 연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진정성에 흠집만 남겼다.

또한 박 대통령의 사과라고 보도된 행위는 위로받지 않아도 될 국무위원들 앞에서 사과한 셈이 되고 말았으며, 이것도 적극적인 사과라기보다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루어진 위로이기에, 당연히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장소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유족과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한 것만 못한 사과를 한 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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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다. 박 대통령이 17일 오후 찾았던 진도 실내체육관.

이번 사고 와중에 예정된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0년 1월 7일 성탄절 항공기 테러미수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에서 “남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까닭은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라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 사건은 분명 미수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모든 것이 내 탓이오.”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데 실제 발생한 국가적 차원의 대참사 앞에서 우리들의 대통령은 왜 이리도 뻣뻣한가? “나는 잘했는데, 아랫것들이 못했지, 그게 내 책임이냐.”라는 듯이 말이다. 사과 한마디가 이번 사고를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진정성 어린 사과 한마디는 국가에 대한 신뢰, 공동체의 연대감 회복,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의 출발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대통령은 이렇게 인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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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것은 민주화운동경력이 있는 대통령들은 참사가 발생하면 즉각 사과하는데, 소위 보수대통령들은 사고가 발생하고 한참 후에야 사과했다는 점이다. <출처=한겨레>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이러한 수준의 참사가 일어났을 때 대부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국가 최고수반으로서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권자이고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없는 것이기에, 국가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대통령은 정부수반으로서 당연히 사과해야 옳은 것이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이를 부끄러운 행동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최고권력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무지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의 사과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히 ‘잘못했다’가 아니다. 국가의 예의를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자신은 제3자인 양 아랫사람들에게 질타만 하고 있을 뿐, 처음부터 즉각 사과하지 않았고, 끝내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유가족과 국민의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만 셈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직도 아이들을 차가운 물속에 가둔 채로 누구보다 구조에 앞장서야 할 직책에 있는 양반이 “나 안 해.” 하듯이 자리를 털어버리려 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바로 정 총리의 사퇴이벤트가 그것이다. 물속에 잠긴 아이들을 구해내길, 최소한 시신만이라도 건사하길 바라는 국민의 눈과 마음이 진도 사고해역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는 총리의 사퇴기자회견이 열린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선 수습, 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정 총리의 때 이른 사의 표명은 점점 커져가는 ‘청와대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히려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지도자가 위난에 직면해 우선은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기본이고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 좋아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라는 이야기지, 사실은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한 데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그의 사퇴가 단순히 그 개인이 결정할 만한 사사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그 자리에 있다고 사태 수습이 더 잘 되거나 정부의 무능이 상쇄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은, 굳이 그가 밝히지 않아도 국민들이 그의 무능과 무책임을 더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와중에 총리가 한다는 짓이 겨우 사퇴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책임 사퇴’가 아니라 ‘줄행랑 사퇴’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청와대로 옮아가는 분노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꼼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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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 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화면 캡처.

결국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 아직도 실종자들이 저 차가운 진도 바닷속의 세월호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생존자가 아니라 시신수습이나마 마무리된 상태도 아닌데, 뻔뻔스럽게 “저를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하니, 실종자 가족들이나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 책임 운운, 국정운영의 부담 운운 하는 행태가 사고 당시 세월호 선장의 행태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배는 한창 기울어가고 있는데, 선장이 먼저 내빼는 것처럼,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그의 바람대로 책임을 통감해서라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해서 도망치는 모양새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국가의 실종’을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팽목항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5분 남짓한 기자회견을 본 후 “이 시국에 총리가 사퇴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중간에 빠져나가는 것은 선장이나 총리나 똑같다.”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저를 용서하고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하자, 스크린을 바라보던 한 여성은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라며 흐느꼈다.(경향신문, 4. 27.)

2007년 참여정부의 국방장관으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최고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 ‘꼿꼿장수’란 별명이 붙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별로 꼿꼿하지 못한 모습으로 빈축을 사게 된다.

지난 4월 23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통일·안보·정보·국방의 컨트롤타워”라며 “이번 사고에 대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라고 민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로 상황 정보가 들어오면 해당 수석실로 보내는 게 안보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 정부 컨트롤타워는 중대본이냐는 질문에 “법령으로 보면 재해상황이 터졌을 때 중대본이 맞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언론과 여론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지난해 4월 18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가안보실은 안보, 재난, 국가 핵심기반시설 분야의 위기 징후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라며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선박 사고의 대응체계를 기술한 해양수산부의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이 매뉴얼은 정부의 역할을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네 단계로 나누어 각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나열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대응 단계는 물론 복구 단계에서 ‘위기관리에 관한 정보와 상황을 종합하고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위기 대응 종합체계도에서도 대통령을 제외하고 조직체계의 가장 상위에 존재했다.(조선 비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과 민 대변인은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셈이니 역풍이 없을 수가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런 질책과 시선이 못내 싫었는지 국민들은 잊을 만했는데, 5월 1일자 한겨례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국가안보실 컨트롤타워 명시 관련’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는 이날 문화일보의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3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난 업무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이 안전행정부에 부여됐다.”, “지난해 8월 초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국무총리가 (재난 관련) 정책을 조정·심의하고, 안행부 장관이 대규모 재난을 총괄·조정하도록 했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정보를 ‘종합·관리’할 뿐 ‘총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해양경찰청 매뉴얼과 해경의 매뉴얼 역시 지난해 8월에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내용이 아직 재난 대응 매뉴얼에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은 관련 법 개정 이후 9개월이 지났는데도 재난 대응의 핵심 기관인 해경과 해수부 등의 위기 대응 매뉴얼에 바뀐 법과 시스템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정작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청와대의 변명은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 셈이 된다.

즉, 청와대는 실무 매뉴얼을 바꾸지 않은 일선 부처나 기관에 책임을 돌려 이를 질책할 뿐, 스스로는 책임이 없는 ‘제3자’처럼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과 태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종 기관으로서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을 내팽개치는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 국가안전실은 두 번씩이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이 엄정한 시기에 엄한 데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두 번씩이나 반박하는 모양새가 딱한 것은, 이 논란의 핵심은 컨트롤타워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가급 지도자들의 염치와 국민에 대한 예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반드시 재난 관련 기관의 위계상의 책임자를 가려내고 어쩌자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님을 모르는 데 있다.

어차피 최고위급 지도자의 책임은 바로 대통령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급 지도자의 반열에 있는 사람들은 이럴 경우, 우선 희생자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부덕함과 모자람, 주군을 잘 모시지 못한 데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설령 마음이 실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국민들은 그것이 아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시기에 청와대 핵심참모들의 이 엄중한 상황에서의 발 빠른 행보는 변명의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적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사고 이후 국가 권력 서열 123(?)급들이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유가족과 국민을 향한 진정성 담긴 사과에 인색하고, 총리는 사고가 터지니 우왕좌왕하다가 사퇴하겠다고 하고, 재난 컨트롤타워라고 생각되는 보직에 있는 사람은 정작 자기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성명을 두 번씩이나 내는 이런 나라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보고 제대로 된 사태 수습을 바라겠는가?

정부의 책임회피와 무능에 대한 분노, 결국 대통령에게 향하다

일어나선 안 될 침몰사고 이후, 미디어의 발달로 현장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너무나 실망스럽게 어린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는 어이없는 상황들. “그래도 국가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는데…”라는 최소한의 정부에 대한 믿음, 진보나 보수와 상관없이, 아니 어느 정권보다도 ‘국민 안전’을 강조해왔던 보수정권이기에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더욱 증폭되어 나타나는 실망과 배반감은 결국 대통령을 향한다. 이는 결국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분노가 진화(進化)를 시작한 것이다. 이 공분의 진화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로 표출된다. 그리고 기다림에 지친 유족들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국민들의 연대행동으로 확장된다. 결국, 때마침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정권심판론’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진화하는 것이다. 현 정권이 가장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청와대는 이 화살이 박 대통령을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변명하다가 오히려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몰고 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여기다 대통령 본인의 뒤늦은 사과와 해경, 해군, 해당 부처들의 현장에서 지연되는 구조작업과 시스템의 난맥상,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겹치면서 선거를 불과 1달여 남겨 놓고 정권심판론은 살을 붙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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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과 슬픔의 연대. 전국적으로 추모촛불집회가 꼬리를 물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40%대로 곤두박질친 건 사고 자체 때문은 아니다. 사고 발생 후 이틀째인 18일, 급박하게 현장을 찾았던 박 대통령의 이날 지지율은 71%로 오히려 전달 평균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그것은 유가족과 국민들이 정부의 발 빠른 대처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수습과정에서 벌어진 어이없고 한심한 작태들과 늦어지는 대통령의 사과, 현장에서의 점점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져 가는 상황들을 만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결국 분노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화를 키운 것은 정부와 대통령 자신이었던 것이다.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다. 문제는 그 사고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바로 여기에서 실기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MB정권의 결코 선진적이지 못했던 ‘선진화 정책 5년’으로 인해 망가진 국가시스템을 쇄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 초반부터 종북몰이에 올인하면서 이미 터질 날만 기다리던 국가시스템의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현 정권의 직무태만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일 속에 감춰졌던, 이미 엉망진창이 된 시스템과 안전을 경시한 해묵은 부실함과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패션쇼 하듯 겉만 치레해 온 MB정권과 현 정권에 이르러 축적된 무능과 쇼맨십의 결과가 겹으로 터지면서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이 글의 제목으로 단 아이들의 물음. “박근혜 대통령님! 배에 탄 친구들은 왜 한 명도 살아오지 못했나요?” 이 질문 앞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쥐구멍을 찾아야 했고, 부끄러운 소위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자화상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모든 국민의 질문이다. 어디를 향한? 바로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질문이다.

지난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 게시판에 올라온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은 조회수 50만 건을 넘어서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며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급기야 28일, 청와대 홈페이지는 방문객 수의 폭주로 불통되기도 했다. 이 글은 정 아무개 씨가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퍼서 올린 것인데, 나중에 이 글의 작성자는 영화감독 박성미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감독은 이 글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책임 회피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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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청와대 홈피로 퍼올려지며, 50만 건의 조회폭주를 초래한 장본인인 영화감독 박성미 씨는 “그 글이 촉매제가 되어서 ‘사람들이 대통령 비판글을 실명 인증하고 쓰고 있어.’라는 게 보편적으로 됐다는 게 되게 감사하고 고맙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오마이TV>

박 감독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몰랐다.”라면서, “리더의 역할은 책임을 적절히 분배하고 밑의 사람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게 해주며,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통령이 평소 밑의 사람들에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한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결정적으로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라며 “사람에 대해 아파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은 더더욱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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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16화 마지막 회의 한 장면. 극중 이동휘 대통령으로 분한 ‘손현주’. <드라마 캡처사진>

위의 이미지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SBS미니시리즈 ‘쓰리데이즈’의 한 장면이다. 대통령과 경호관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수목드라마. 극중 이동휘 대통령은 위험하니 이 장소를 피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태경 경호관에게 “경호관은 대통령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죠.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국민이 위기에 빠졌는데,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 없어요.”라며, 마을에 잔류한다.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의 안전입니다.”, “국민들이 국가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그들이 없으면 대통령도 대통령 경호관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마침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이 드라마의 대사들은 묘하게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주는 현 정부의 난맥상과 대통령에 대한 비등한 불만들, 즉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국가, 국민을 지키는 대통령에 배신당한 바람들과 겹쳐 현실의 대척점에서 묘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전해줬다. 드라마는 마치 이번 세월호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배반감과 실망감을 예견이나 한 듯,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극중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현실에 존재해야 할 책임지는 대통령의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대비를 이룬다. 그것은 마치 이번 사고에 처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평으로도 읽힌다.

사고수습이 계속 엇박자를 치면서 국민들로부터 한심함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키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사태에도 꿈쩍 않던 콘크리트 지지율이 붕괴했다. 최소 60%대라는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악인 40%대로 떨어진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직후 71%였던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후 계속 하락하기 시작해 어제는 48.8%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마의 50%대가 무너졌다.

12일 만에 22%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전달 대비 평균보다 12% 떨어진 수치다. 30일자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는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적절했느냐’라는 질문에 61.3%가 ‘부적절’이라고 답했고, ‘적절했다’라는 응답은 36.2%에 불과했다. 그리고 5월 2일자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84.6%가 정부에 책임 있다고 대답했다.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이런 여론조사의 추이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닥친 박근혜 정부 최대의 위기국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위기는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쳤던 ‘윤창중 사건’이나 ‘내각 인사청문회’ 당시와도 다른 것으로, 바로 어린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존재의미에 대한 민심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과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사과 아닌 사과가 오히려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역풍을 맞게 된 것도 이들 조사결과는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초동대처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이 사고가 결국 인재였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책임은 청와대가 가장 크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이번 조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이번엔 이 기가 막히는 사고를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보다 못한, 미국거주 교민들이 한국 정부의 언론 통제를 비난하기 위해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싣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다음의 이미지는 이들의 시안을 구글 이미지에서 퍼온 것이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 전문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지난달 29일 저녁 9시(이하 미 서부시간)경에 모금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한 지 13시간 만에 목표금액 58,213달러를 초과 달성했으며, 모금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2,200명 이상이 기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초과금액은 자기들을 일깨워준 양심언론들에 전액 기부 후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모금을 주도하는 그룹은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 회원들이다. 이들은 ‘Indiegogo’에 남긴 광고모금의 취지문에서 다음과 같이 그 배경을 밝히고 있다.

공공연한 언론통제와 발언의 자유 억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한국민들은 사실을 은폐 왜곡보도하는 주요방송과 대형일간지들에 의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의 인터넷매체에서 독립적인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뉴욕타임즈 광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현 정부의 언론탄압과 반민주주의 행보를 규탄하고자 한다. … 이번 세월호 참사는 1987년 이후 발전해온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는 나태와 무능한 구조대책으로 침몰한 배를 탔던 302명의 생명 중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거짓브리핑과 언론통제다. … 언론이 국민이 아닌 정부의 대변자로 전락한 한국에선 소셜캐피탈이 축소되고 시민사회영역이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그 어떤 반민주적인 탄압을 해도 주요언론들이 그것을 비판하지 않고 옹호하기에 급급한 한국사회에서, 정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민주주의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침몰과 오버랩되며 우리는 더 이상의 한국 민주주의 퇴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아직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정신이 살아있음을 정부를 마땅히 견제해야 할 소셜캐피탈(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물적 자본이 사회적 자본을 농락할 수 있다는 사고를 비웃고, 당당히 이 나라에 시민사회영역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https://www.indiego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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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TH KOREA The Sewol ferry has sunk, so has the Park Administration
(대한민국, 세월호와 함께 박근혜 정부도 침몰했다)
MEMORABLE Numbers (기억해야 할 숫자들)324 Number of students who were excited about school trip (324명의 수학여행에 들떠 있던 아이들)
243 Number of innocent lives that sank with Sewol Ferry (243명의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
16 Age of young victims (16세의 어린 희생자들)
12 more days waiting for my child to come back (12일 동안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림)
1 Why didn’t they try to rescue them on the 1st day of the accident? (사건 첫날, 왜 그들을 구조하지 않았나) 0 Rescued (구조자는 한 명도 없었다)
Only Park Administration comfort the doubtful. (오직 박근혜 정부만이 이 모든 의문에서 편안해 보입니다)
We will continue to count until all 324 victims return home. (324명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숫자를 세어갈 것입니다).

‘미씨USA’에서 뉴욕타임즈 등 주류 언론에 광고를 싣자는 이야기가 거론된 것은 지난달 23일 경으로 ‘세월호’ 사고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실망스런 모습과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갈수록 거세져 가던 때였다. 시안을 올린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 광고를 될 수 있는 한 널리 퍼뜨려 달라.”라고 부탁했다.

이 캠페인은 4월 29일 시작하여 5월 9일 11:59pm(미국 서부기준 시간)까지 진행된다.(헤럴드경제) 이들은 사고도 사고지만, 사고수습과정에서 언론이 통제되거나 왜곡되는 상황에 큰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더 장기적으로 볼 때, 민주국가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이 훼손되는 것이고, 이는 곧 1987년 이래 한국사회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후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려가 급기야 뉴욕타임즈 광고모금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의 폭주나 드라마 속 대통령의 현실 부재는, 진정 국가의 지도자가 어떠해야 하는가, 진정 바람직한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거기에 정부의 언론통제가 궁극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만은 이번 사고를 통해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잠수함도 아닌 침몰 중인 선박, 그것도 멀쩡한 아침나절에, 사고 초기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을 구조한 일 이외에 아직까지 단 한 명도 구출해내지 못한 이 사상 최악의 기록은, 이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서 분노로 진화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관료들의 행태들은 이를 더욱 증폭한다.

그 결과 결국 모든 책임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게 이 모든 비난의 화살과 따가운 눈총은 향하게 되어 있다. 박 대통령의 비극은 그 자신이 초래한 문제 이외에도 날아오는 화살을 자신의 몸으로 막으려 하지 않는, 권력의 주구들에 둘러싸인 불쌍한 대통령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믿어서 데려간 민경욱 대변인마저 사태파악이 안 된 채 오히려 지속적으로 설화(舌禍)만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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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희생자 고 박수현 군의 마지막 동영상. <JTBC 방송화면 캡처> 

위의 동영상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아이들의 참담했을 그 시간, TV가 생중계하던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사실적인 풍경의 시간, 기다리라는 말에 착하게 믿고 따르던 아이들이 마지막 뱉은 말들을 보라! 이들을 생각하며 인솔책임자였던 교감 선생님은 겨우 살아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죽음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어는 누구도 그를 타박하지 않았고,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그 어린 것들을 물속에 놔두고 온 것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결국 그를 저세상으로 가게 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의 인간에 대한 예의,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가슴을 치는 이 유서는 책임진 자의 무거운 진정성이다.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과 각료들, 정부에 대해 바라는 것은 이런 진정성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명기되어 있다. 물론 그 최종책임자는 바로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즈음하여, 이 의무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수행하지 못했다. 국민의 84%(한국갤럽 5월 2일자)가 그렇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국가의 수반으로서 죄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비록 민형사상의 책임은 없지만 정치적인 책임과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국가의 수반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죽었다. 그것도 아직 세상에 나서 피어 보지도 못한 꽃 같은 어린 생명들이. 하나라도 문제이겠지만, 수백이 죽었다. 그들의 죽음 앞에서 대통령이 못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그 못 할 일을 하는 대통령을 기다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선일 씨 납치사건에 대해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 근본적인 회의는 이제 정작 그녀가 대통령으로서 이끄는 나라의 국민들의 것이 되어버렸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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