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93_137313_5747.jpg
한국전쟁 당시 제주시 정뜨르비행장에서 집단 총살형에 처해진 서귀포시 남원읍 피해자의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민사부(김창보 제주지방법원장)는 제주예비검속 사건 피해자의 유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예비검속'은 범죄 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행위로 1948년 10월 이후 당시 내무부는 제주에서 대대적인 예비검속을 시행했다.

정부는 1950년 8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2차례에 걸쳐 현 제주국제공항 동쪽 활주로 부지인 정뜨르비행장과 산지항 바닷가 등에서 주민을 총살하거나 수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6.25전쟁 직후 관할지서인 남원지서에 끌려가 서귀포경찰서로 옮겨진 후 고구마 창고에 갇혔다. 이후 제주시 정뜨르비행장으로 이송돼 집단 총살을 당했다.

이후 유족들은 '경찰과 군대가 정당한 이유나 절차없이 망인들을 구금한 후 살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최대 3억원을 배상하라며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예비검속은 1950년 당시 제주파출소와 모슬포서, 성산서, 서귀포서 등 4곳에서 모두 이뤄졌고 남원주민을 포함해 서귀포서 관련 소송 청구자만 60여명에 이른다.

정부는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 손해배상이 불가능하다며 맞섰으나 법원은 국가가 예비검속 피해를 인정한 2010년 6월을 기점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판례를 남겼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예비검속이 일어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2012년 11월 1심에서 희생자 1인당 1억원이었던 배상액을 8000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희생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1인당 5000만원에서 4000만원, 부모와 자녀에게는 각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족 29명이 받게될 총 배상 금액도 이에 따라 1심 11억3257만원에서 8억1166만원으로 2억원 가량 감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가 예비검속의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과에 모순이 있지는 않다”며 “유족들이 가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경찰과 군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주민들을 살해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정부는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