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지수가 지난주 1만7000 선을 사상 처음 돌파했다. 6월 중 신규고용이 예상을 초과하면서 실업률이 6.1%로 하락했는데 이것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금년 초 한때는 이런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실업률이 개선되면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어 그 동안의 저금리 정책을 조기에 중단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준이 당분간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되풀이 하며 금융시장을 안심시키자 주식시장은 다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고용상황이 크게 좋아진 것도 아니다. 노동시장참여율이 62.8%로서 위기 이전의 66.1%를 회복하지 못했고 실업률의 또 다른 지표인 U-6(구직포기자 및 비자발적 파트타임 취업자를 실업에 포함)도 위기 이전의 8.8%를 크게 초과하는 12.1%에 머물러 있다.

어차피 금융시장의 관심은 조달금리와 운용금리의 차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개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조달금리의 향방을 말해주기 때문일 뿐이다.

낮은 조달금리가 당분간 보장되는 이상 남은 일은 수익을 향해 손 뻗기(Reaching for yield)다.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는 마당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주식으로, 정크 본드로,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으로, 그리고 부동산으로 향한다.

저금리와 자산가격 거품 사이의 인과관계는 유령처럼 정책당국자들을 따라다닌다. 금융자산이든 부동산이든 자산가격에 끼는 거품이야말로 후일 다가올 금융위기의 씨앗이다.

통화정책 하나를 가지고 경기도 부양해야 하고 자산가격 거품도 막아야 하는 중앙은행들은 괴롭다. 이제까지는 경기부양이 급할 때에는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부각시키면서 금리를 낮추고, 반대로 가계부채와 자산가격 거품을 막아야 할 때에는 이를 금리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영국과 일본 중앙은행들의 정책의 무게는 경기부양이었다.

금리정책의 딜레마

인플레이션 타깃 달성 또는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서는 다소간의 자산가격 거품을 감수하더라도 저금리의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어색한 설명을 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설명방법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깃에 집중하고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일은 금융감독 당국이 책임지도록 하자는 묘안(?)이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거시건전성 감독', 영어로는 '매크로프루덴셜(macro-prudential) 감독'이라는 용어가 최근 자주 쓰이고 있다.

미 연준의 옐런 의장은 지난 2일 IMF가 신설한 '미셸 깡드쉬 세계 중앙은행장 연차 포럼'의 첫해 첫 강사로 초빙된 자리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금리를 수단으로 하는 통화정책 하나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현재의 상황은 매크로프루덴셜 은행감독과 병행하여 풀어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의 발언으로 통화정책과 매크로프루덴셜 정책은 그 경계가 명확해졌다. 전자는 금리를 다루고 후자는 은행 및 은행의 채무자인 기업과 가계의 건전성을 다룬다. 매크로프루덴셜의 정책 수단에는 자본비율, 유동성비율 외에 대출의 소득대비 부채비율(DTI), 담보대비 대출비율(LTV) 규제가 포함된다.

약속이나 한 듯 같은날 스웨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대폭적으로 인하하며 의미 있는 정책 발언을 덧붙였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거품이 깨지면서 세계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저금리 부작용은 매크로프루덴셜 책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2010년부터 스웨덴은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금리를 정상화(인상)하기 시작했는데 물가가 디플레이션 영역으로 들어서는가 하면 실업도 덩달아 늘어나 나라 안팎으로 많은 공격을 받아왔던 터였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변은 이렇다. "실업률이 높은 것은 디플레이션 때문이고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금리는 어느 한쪽의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 이번의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정부가 따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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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전세계적인 은행감독기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사무국을 둔 바젤 위원회다. 이들은 금리인상이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꾸준히 역설해왔다. 공교롭게도 바젤 위원회의 위원장은 스웨덴 중앙은행장이 겸임하고 있다. 매크로프루덴셜 감독의 중요성을 환기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저금리의 악영향을 막는 방패가 되어줄지는 미지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7월 9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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