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상당수 철거 '찬성’...문화계, 설명회 공정성에 의문 제기

▲ 현재 잠시 철거가 중단된 옛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 ⓒ제주의소리
제주시 원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옛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이 결국 철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뒤늦게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상당수 주민이 철거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반면 문화계 일부에선 설명회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제주시 일도1동은 18일 오후 동주민센터에서 복지회관 신축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제대로 된 논의의 장 한 번 없이 철거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복지회관은 수산물품질검사원을 허문 자리에 지어질 예정이다.

지역주민 70여명과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박은희 비아아트 관장 등이 참여한 설명회에서는 철거 후 신축안과, 김태일 제주대 교수가 설계한 현재 건물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 리모델링 하는 중재안이 제시됐다.

▲ 18일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복지회관 신축사업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의견수렴을 위해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고성이 오고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참석한 지역주민 상당수가 찬성 의견인 상황에서 반대측 발표 시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이성희 일도1동장 등이 중재에 나섰으나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은 “복지회관을 짓지 말라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을 잘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건물 외관도 살리고,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도 살리자는 말”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승석 주민자치위원장은 “건물 자체의 예술적 가치가 있거나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도 아닌 만큼 보존할 가치는 없다”며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내부도 협소해 리모델링해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또 다른 주민은 “전 도정에서 건축허가까지 나온 상황에서 몇몇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중단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상당수는 “이 자리에서 끝을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곧바로 철거 찬반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찬성이 높게 나왔다.

일도1동 관계자는 “찬성 측 주민들만 모은 게 아니라 실제로 거의 대다수의 지역주민이 철거에 찬성하고 있다”며 “수차례 지역 주요 관련 설명회 사실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일도1동 측은 이 결과를 제주시에 보고하고 관련 지시가 내려오면 철거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당국은 이번 설명회를 마지막 의견수렴 절차로 본 셈이다.

▲ 18일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복지회관 신축사업 주민설명회에서 의견을 발표중인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제주의소리

그러나 문화계 등 반대측 참석자들은 이번 설명회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건축전문가도 없이 찬성측 참석자만 압도적인 상황에서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 날 토론회는 압도적인 찬성 의견 속에 반대 측 참가자들은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과 고성이 쏟아졌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은 “관련 전문가 없이, 차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린 설명회가 제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건축전문가, 지자체, 도민 등이 차분하고 냉정한 자리에서 사회적합의를 이룰 수 있는 별도의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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