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미술인들 ‘보이콧’에 한국화-서양화 달랑 7점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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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0회 제주도미술대전 접수가 진행된 20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 ⓒ제주의소리

올해 처음 전국공모로 치러진 제주도미술대전이 실망스런 성적표를 거뒀다.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강창화, 이하 제주예총)은 20일 제40회 제주도미술대전 작품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331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작년 출품작 수가 367점, 2012년 343점, 2011년 368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낮아진 수치다. 올해 최초로 전국공모로 치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기대 이하다.

부문별 출품수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예 151점, 문인화 68점, 사진 66점, 건축 17점 등은 작년보다 많거나 비슷한 숫자가 접수됐지만 제주도미술대전 이관 범미술인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소속 미술인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못했다.

한국화는 3점(작년 11점), 서양화는 4점(작년 38점), 조각 0점(작년 6점)에 그쳤다.

낮은 출품 수는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이하 제주미협)는 제주예총의 주관으로 열리는 미술대전을 내년부터 분리·이관하라고 요구했고, 제주예총은 “사진협회, 건축협회와 합의부터 이루라”는 입장이었다. 사진협회는 2015년 이관에 난색을 표했다.

급기야 도내 미술인들로 구성된 추진위까지 발족하며 제주예총을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제주예총은 관례를 깨고 미술대전 운영위원들을 전면 교체했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상황에서 진행된 이 일을 두고 제주미협이 강창화 회장의 회원 자격을 제명하기 이르면서 갈등은 점점 격화됐다.

결국 범미술인 추진위가 보이콧 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추진위 강시권 위원장은 “강창화 회장이 운영위원을 독단적으로 교체한 것에 대해 사고도 없었고, 공청회도 없이, 미술인들과 의논도 없이 갑자기 전국공모로 대회를 변경했다”며 참가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강 위원장은 접수 마감을 앞두고 “서예, 문인화, 사진, 건축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 보이콧으로 의견이 모아진 만큼 접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술 관련 전공 교수들과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미술대전의 낮은 출품수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제주대 미술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18일 1~4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출품할 의사가 있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을 해봤는데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신인미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수사는 빛이 바랜 셈이다. 작품수가 극소수인 부문은 상의 권위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제주예총은 오는 23일 심사를 벌인 뒤 홈페이지에 결과를 발표하고, 다음 달 19일 시상식에 이어 31일까지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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