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피아 적폐 도려내야](1) 관피아 수사에 공직출신 기업임원 줄줄이 사표 

언제부턴가 관피아가 웃는 세상이 됐다. 민·관 유착비리의 근원이 바로 관피아(관료+마피아)다. 특히 제주는 지역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하나에서 열까지 행정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다.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다. 원희룡 민선6기 제주도지사도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결을 외쳤다. [제주의소리]가 제주 관피아의 적폐를 도려내고자 고위공직자 출신들의 유관기업 취업 러시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조롱이 나올 만큼 각종 위원회에 공직출신과 유관기업 관계자들이 거미줄처럼 포진한 실태, 칼을 빼어든 검찰의 관피아 수사 상황 등을 차례로 취재 했다. [편집자] 

IMG_0192.JPG
▲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자신이 업무와 깊숙한 연관이 있는 기업들의 대표나 임원으로 '인생2막'을 이어가는 비뚤어진 관피아 관행이 제주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갑(甲)과 을(乙)의 문화’. 조선시대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갑을관계가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고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이 전관예우나 브로커는 비정상도 정상으로 잘 포장시켰다. 

이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강력한 최면에 걸어왔다. 분명히 비틀린 관계인데 관행이라는 이유로 우리사회의 너그러운 온정주의로부터 면죄부를 받아왔다.  

최근 관료+마피아를 합성해 유행처럼 불리고 있는 국적불명 ‘관피아’의 태생에 담긴 비밀(?)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제주사회가 이 좀비 같은 관피아 척결을 목 놓아 부르짖고 있다.

관피아는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적폐(積弊)가 되고 있다. 특히 고위관료 출신들이 유관기업 임원이나 고문(자문)으로의 취업행렬이 러시를 이루는, 이른바 관피아 관행은 가히 우려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검찰 ‘관피아’ 수사에 유관기업 취업 공직자출신 줄줄이 사표

제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상당수 회사들이 관피아 적폐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제주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B그룹, 온갖 용역을 독점(?)한다는 원성을 받고 있는 엔지니어링기업 J사. 여기에 최근 봇물처럼 밀고 들어오는 중국자본과 직간접 연관이 있는 R사·D사·H사·J사 등이 모두 제주도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소위 ‘얼굴마담’ 역으로 앞 다투어 ‘모시고’ 있다. 

우선 대표적으로 B그룹은 기술직 고위 공직자 출신뿐만 아니라 현직 때 소위 잘 나갔던 일반직 공무원들까지도 '싹쓸이' 스카우트 대상이었다. 실·국장 출신 중에만 J·Y·K·W·K씨 등이 계열사 사장으로 B그룹의 녹을 먹었다.

도내 각종 대규모개발 프로젝트를 도맡다시피 해온 엔지니어링 기업 J사도 공무원들 사이에선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의 ‘인생 2막’을 보장해주는 창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도청 시청 실·국장 출신들 중 J·H·K씨, 또 다른 K씨 등도 모두 이 회사의 회장에서부터 자회사 사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이들 B그룹과 J사 등에 몸 담았던 공직자 출신들은 최근 검찰의 관피아 수사가 본격화되자 모두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에는 회사로부터 고액의 연봉은 물론, 승용차까지 제공받는 등 공무원 신분으로는 누리기 힘들었던 호사를 누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심지어 공직자 본인이 아니라 관리대상 공직자의 자녀를 유관기업에 취업시킨 후 ‘비정상적인 규모’의 성과급을 보너스 형태로 지급해 ‘보은’하거나, 그림 등 미술품을 선물했다가 고가에 되사오는 식의 영화에나 나올법한 고난도의 관피아 거래관계도 제주에 등장한지 오래다. 

자신도 이같은 관피아 관행에 깊숙이 관여했었다는 모 기업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관피아의 실상"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공직자 출신을 모셔가는 형태 뿐만 아니라, 자녀를 취업시켜 고액의 보너스로 사례하는 경우나, 평범한 미술품을 선물한 후 그 작품을 꼭 사고 싶어하는 수요자가 있다며 고가에 되사오는 방식, 최고급승용차를  제공하고 렌트비 등 일체의 비용을 회사가 대신 납부해주는 방법 등 다양한 형태로 그 은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털어놨다.      

[제주의소리]가 이달 초 '관피아' 사례로 단독 보도했던 신화역사공원 사업주체인 람정제주개발(주) 고문에는 JDC 변정일 전 이사장 외에도 국가공기업인 JDC의 임원 출신인 K씨와 S씨 등도 역대 연봉의 고문으로 있다가 언론보도 후 슬그머니 고문단에서 이름을 뺐다. 

그 외에도 최근 초고층 쌍둥이빌딩에 카지노와 호텔·리조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D투자개발(주)에도 모모 국장 출신 등이 녹을 먹고 있다거나, 사장으로 가기로 했다는 매우 구체적 증언도 포착되고 있다. 

자녀 취업 고액보너스로 '보은', 미술품 되사오기 등 '고난도' 거래까지…

이처럼 고위관료 출신들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꾸준한 것은 해당 부서의 업무를 꿰뚫고 있는 전직 관료들이 사업 추진 단계에 ‘비싼 밥 값’ 좀 하겠다고 나서면 후배 공직자들이 외면하거나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A씨는 “사실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이 관련기업에 취업해 관청을 들락날락하는 일이 보기 좋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전화 걸고 찾아와 밥 한끼 먹자는 선배의 말을 무시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면 공공연한 정보공유와 업무편의를 봐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공무원들 중에는 퇴직 시기가 가까워지면 재취업할 수 있는 기업들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위 관련기업에서 잘 나가는 선배공무원들에게 오히려 줄을 대고 싶어 안달하는 후배공무원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퇴직공무원이라 할지라도 현직 당시 취급한 관련업무와 연관된 기관·협회·민간기업의 재취업할 수 있는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관피아를 척결할 수 있다. 도민사회가 그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관피아. 이들은 저마다 필요한 곳에 '빨대' 하나씩 꽂고, 필요한 설계를 변경하고, 기간을 연장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그들만의 전관예우 전통을 물려주며,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오순도순 사이좋게 제주사회를 쥐락펴락 해왔다. 이제 그 끝이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피아가 계속 웃는 세상이 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