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 개원기념 포럼...“제주 여성정책 연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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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현혜순) 개원기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 ⓒ제주의소리

‘강한 여성, 제주의 역사를 지탱시켰던 제주 여성’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제주여성들이 충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대표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제주 여성정책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22일 오후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현혜순) 개원기념 포럼 ‘성평등 평화도시, 제주사회 실현 가능한가?’에서 나온 목소리다.

발표에 나선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작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지역별 성평등 수준 분석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한 여성’이라는 제주여성의 이미지 뒤에 숨겨진 성차별적인 사회풍토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제주의 성평등 지수를 보면 제주여성에 관한 통념들이 실제 제주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역량이 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며 “강한 제주여성, 그리고 제주를 지속시키는 생활력이라는 것이 제주여성들의 사회적 참여, 의사결정권한과 관련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여성들의 노동이나 생계책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그것이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남성과의 경제적 성격차가 크다”며 “통념적으로 이야기되는 것들이 모두 사적 차원에서 가족을 위한 여성의 희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지, 사회적인 여성의 역량이나 권한이라는 차원에서 제주여성들이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제주사회에서 여성이 상징화되고 상품화되고 있지만, 여성들이 충분히 자신들을 대변하고, 자신들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성이 없다는 것을 지자체 대표들이 인식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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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현혜순) 개원기념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연화 연구원. ⓒ제주의소리

당장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보육 지원을 받기 어렵고,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가 키우는 아이들이 많고, 노후대책에 있어서 가족과 자녀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노인여성들이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 삶의 주기에 따른 지자체 차원의 여성 정책이나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여성들의 삶의 경험을 성평등과 복지 그리고 평화와 생태에 전망으로 바꿔 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안해주길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날 포럼에서는 지난 3월 개원해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비전도 공개됐다.

이연화 연구원은 이 날 가족연구원의 기본방향으로 ‘양성평등을 위한 현장밀착 정책 연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모든 정책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역 주민의 정책 욕구 파악”이라며 “제주도 여성, 가족 정책이 현장밀착형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욕구 파악과 도민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연구방향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환경 조성정책, 건강한 가족문화 확산 정책,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연구 등 제주지역 여성들의 목마른 곳을 채워줄 현실적인 연구와 대안 모색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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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현혜순) 개원기념 포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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