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참사 100일 추모공연 “희생자가 여러분 아이라면...잊지 말아달라”

▲ 24일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공연. ⓒ제주의소리

“여러분 아이가 단원고 학생들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사상 최악의 인명사고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4일로 꼭 100일이 흘렀다.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물결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제주항 7번 부두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을 추모하는 ‘영혼을 위한 소나타’ 공연을 가졌다.

세월호가 입항할 수도 있었던 제주항이 노을로 붉게 물든 가운데, 백 씨는 눈을 감은 채 피아노를 연주했고 자리를 메운 수 백 명의 시민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침묵을 지키며 연주를 청취했다.

앞서 백 씨는 "제가 무력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소리로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 24일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추모공연장에 등장한 피켓. ⓒ제주의소리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부두 공연장에는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피켓도 등장했다.

공연장 입구에서 노란색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제주어멍까페' 회원들은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제주시청에서 세월호 추모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날은 100일 추모공연 임을 감안해 날짜와 장소를 이곳으로 변경했다.

피켓에는 ‘미안함으로 끝내지 않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슬퍼하는 것밖에 없는 걸까요?’, ‘아이를 살려달라고 어머니가 무릎을 꿇는 나라가 아닌 꼭 구해내겠다며 대통령이 무릎을 꿇는 그런 대한민국을 소망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14개월 된 아들과 함께 제주항을 찾은 오은영(30)씨는 세월호만 생각하면 눈물과 분노가 떠오른다고 했다.

▲ 24일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추모공연장에 등장한 피켓. ⓒ제주의소리

그녀는 “만약 도민 여러분의 아이들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겠느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 씨는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있다. 세월호 침몰을 단순한 참사가 아닌 왜 ‘사고’라고 부르는지, 유족들이 왜 이렇게 나서고 있는지 많은 분들이 이유를 모른다”며 “희생자 유족들이 만족하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회원들의 모임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녀는 “세월호에 갇혀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달라. 부디 기억해달라”고 도민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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