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소장품 일체 제주대에 기증...“이제야 무거운 짐 내려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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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향진 제주대 총장(왼쪽)과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이 기증 협약서를 교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제주민속박물관이 50년만에 문을 닫는다.

제주대는 28일 오전 11시 본관 3층 회의실에서 한집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과 소장품 일체를 기증받는 협약을 맺었다.

진 관장이 사재를 털어 반 세기 동안 수집·조사한 민속유물과 고서화, 출판물, 도서 등 소장품 일체를 제주대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것.

기증 유물은 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무신궁(당신상) 140여점과 무속악기 울쇠 등을 비롯해 총 1만여점, 출판물과 사진, 녹음자료까지 포함하면 무려 3만여 점에 이른다.

진 관장은 “유물을 모으고 지키느라 무거운 짐을 짊어져왔다”며 “형편을 깊이 헤아려주시고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그 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한편으로는 제주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게 됐다는데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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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민속박물관 내부.

진 관장은 “이제 제주도의 문화와 역사, 전통이 영원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쁨을 감출 수 없다”며 “제주도의 민속이 이제 후학들에게 길게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대박물관은 1차로 오는 8월과 9월 훈증처리를 거쳐 전시품들을 옮겨오고, 10~12월 창고에 있는 소장품들에 대한 목록정리를 한 뒤 내년 초 쯤 이들을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현 제주민속박물관의 전시는 8월이면 모두 끝나게 되는 셈이다.

허남춘 제주대박물관장은 “대한민국 1호 사설박물관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진 관장이) 혼자 감당하는 게 어려우니 제주대라는 조직에서 관리하고 잘 정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진 관장은 대학시절부터 민속유물을 수집했다. 1964년 제주시 건입동에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제주민속박물관을 건립했고, 이후 꾸준히 제주 민속과 무속유물을 수집하고 보관, 정리해왔다.

1958년 제주도민요집 출간을 시작으로 제주 민속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하며 제주도 신화와 전설, 제주도민요전집 등 30여권의 책을 저술한 제주 민속학의 살이있는 증인이기도 하다.

허향진 총장은 “앞으로 대학 박물관에 ‘한집 제주민속관’을 마련하고 출판 도서를 전집으로 제작해 기증자의 훌륭한 뜻을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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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민속박물관 야외 전시장. 무신궁(당신상)의 모습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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